"유통 채널에서 하나의 마케팅이나 브랜드 홍보 전략으로 성장"
지난 11일 <더팩트> 취재진은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SKT가 업무 협약을 통해 오픈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 '세븐일레븐 이프랜드점'에 접속했다./ '세븐일레븐 이프랜드점' 화면 캡쳐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식품·유통업계가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대상으로 한 제품과 브랜드 홍보는 물론 이들과의 소통에도 유리한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메타버스가 모든 유통 채널에서 하나의 마케팅이나 브랜드 홍보 전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11일 <더팩트> 취재진은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SKT가 업무 협약을 통해 오픈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세븐일레븐 이프랜드점'에 접속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Z세대에게 브랜드 친밀도와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이프랜드점을 선보이게 됐다. 이프랜드는 SKT에서 지난해 7월 론칭한 소셜형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최근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Z세대를 중심으로 많이 사용하는 SNS(사회적 관계망 서비스)다. 현재 누적 사용자 수는 1300만 명에 달한다.
이날 취재진이 접속한 세븐일레븐 이프랜드점 가상공간에서는 '지욱희와 함께하는 편의점 노래자랑'을 준비하고 있었다. 바프허니버터팝콘, 대파라면, 캬맥주 등 세븐일레븐 대표 상품을 의자 형태로 구현했으며 '+'버튼을 누르자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대형 스크린과 무대를 설치해 영상이나 이미지를 함께 보거나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모임 공간을 마련했다.
공중에는 세븐일레븐의 대표 캐릭터인 '바바라'와 대표 상품인 세븐카페, 치킨, 군고구마 등이 둥둥 떠있었다. 특히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랜드에 자리 잡은 세븐일레븐 이프랜드점은 실제 대학 캠퍼스 내 운영중인 세븐일레븐 점포와 같은 위치에 자리를 잡아 현실 연동감을 높였다.
◆ 식품·유통업계, 메타버스 활용한 마케팅 '눈길'…사내 업무에도 활용
세븐일레븐 뿐만 아니라 최근 식품·유통업계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메타버스는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기존의 가상현실이라는 용어보다 진보된 개념으로 웹과 인터넷 등의 가상 세계가 현실세계에 흡수된 형태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달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편의점 시뮬레이션 게임 '모여봐 GS25'를 선보였다. 로블록스는 3차원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소셜 인터랙션을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현재 로블록스에는 1200만 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이 제작한 3000만 개 이상의 체험을 매일 전 세계에서 평균 5000만 명 이상의 로블록스 사용자들이 이용한다.
농심도 지난달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에 신라면 분식점을 개설했다. 해당 가상 공간에서는 소비자가 주방에서 선택한 냄비에 물을 받아 끓이고, 재료를 집어넣는 등 라면을 조리하는 모든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조리를 마친 뒤엔 완성한 라면을 들고 식당으로 이동해 다른 소비자들이 만든 라면과 함께 비교할 수 있다. 특히 농심은 소비자가 체험한 라면 조리과정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옵션을 실제 제품에 적용해 내년 초에 한정판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달 31일까지 신라면 분식점에서 '천하제일 라면 끓이기 대회'를 진행했다"며 "약 5만4000개의 참여 게시글(제페토 내 SNS)이 올라오며 소비자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신라면 월드에는 오픈 이후 14만 명 이상의 이용자가 방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는 "라면 대회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고기매콤꼬들계란 신라면'을 한정판 제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5월 제과업계 최초로 NFT를 발행해 주목을 받았다. NFT는 특정 자산의 소유권과 거래내역을 블록체인에 저장한 디지털 자산의 한 종류로, 비트코인 같은 가상 화폐와 달리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 받기 때문에 서로 대체 불가능해 희소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사내 업무에 활용하기도 한다. 롯데중앙연구소 안전센터(롯데안전센터)는 롯데식품안전아카데미 교육장을 메타버스 내 구현한 '롯데메타에듀빌'을 메타버스 플랫폼 오비스에서 운영하고 있다. 롯데메타에듀빌은 마곡에 위치한 롯데중앙연구소 사옥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식품 안전 관련 실시간 교육을 듣고 질의응답을 통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아워홈은 메타버스 플랫폼 내 고객상담센터를 가상 오피스 '소마'에 열었다. 아워홈 지역별 고객상담센터 직원은 소마로 출근해 고객상담 업무를 수행한다. 메타버스 고객상담센터를 통해 비대면 근무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24시간 고객 대응 시스템도 지난 7월부터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메타버스 산업 규모는 517억 달러(약 73조 원)로 집계됐다. 메타버스 산업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며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44.5% 성장해 2030년에는 1조3000억 달러(약 1848조 원)까지 몸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도 지난달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에 신라면 분식점을 개설했다. /농심 제공 |
◆ 관련 업계 "MZ세대와 기업 간 친밀감 높이는데 효과적"
관련 업계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마케팅은 MZ세대와 기업 간 친밀감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가 모든 유통 채널에서 하나의 마케팅이나 브랜드 홍보 전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의 소통 창구가 확대되며, 참여형 마케팅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제조업 기반의 회사의 경우,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해 신제품에 적용하는 활동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확대는 주 사용자 층인 1020세대와 기업 간 친밀감을 높이는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가 관련 MOU(업무협약)를 맺거나 협력관계를 구축해 메타버스 채널에 진출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에 익숙한 1020세대에게 메타버스는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데 적합하다고 본다. 가상 세계에서 인식된 것들이 실질적으로 해당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나 구매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프라인에서의 홍보에는 변동성이 있을 수 있지만 메타버스에서 구축한 것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도 절감할 수 있다"면서 "이슈 확산성이 좋고 앞으로는 편의점뿐 아니라 모든 유통 채널에서 하나의 마케팅이나 브랜드 홍보 전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