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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F&F 회장 전략 통했나…중국서 잘나가는 한국패션 MLB 비결
입력: 2022.11.14 00:00 / 수정: 2022.11.14 00:00

"명품 브랜드 연상케 해 중국 소비자 취향 적합"

한국 패션 기업 F&F(에프앤에프)의 패션 브랜드 MLB가 국내 브랜드 최초로 중국 시장에서 연간 판매액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명동=이선영 기자
한국 패션 기업 F&F(에프앤에프)의 패션 브랜드 'MLB'가 국내 브랜드 최초로 중국 시장에서 연간 판매액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명동=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국 패션 기업 F&F(에프앤에프)의 패션 브랜드 'MLB'가 국내 브랜드 최초로 중국 시장에서 연간 판매액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패션 업계에서는 미국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MLB가 반사이익을 누렸으며 해당 브랜드의 디자인이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 소비자 취향에 잘 맞았다고 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MLB는 2020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중국 매출 1조1000억 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아세안을 비롯한 해외 매출은 연간 1조2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MLB에 따르면 국내 패션기업이 단일 브랜드로 해외 판매액 1조 원을 넘은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K패션 세계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MLB의 고속 성장 비결 요인으로 김창수 F&F 회장의 브랜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1992년 F&F를 창업한 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베네통을 국내에 들여왔다. 이후 시슬리, 레노마스포츠, 엘르스포츠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김 회장은 이전까지 해외 브랜드 제품을 국내에 들여오는 독점 수입 사업을 전개했으나 1997년 미국 프로야구 'MLB'를 들여오면서 본격적으로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했다. 해외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본사와 협의한 후 상표권을 확보해 로열티(브랜드 이용료)를 내는 계약을 하고 확보한 상표권으로 패션, 액세서리 등 다양한 자체 디자인, 생산 제품을 제작, 직접 판매하는 사업 방식이다.

당시 '코리안특급'으로 불린 박찬호 선수가 LA 다저스에서 맹활약하면서 'MLB' 브랜드도 국내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초창기 F&F는 LA 다저스 관련 제품을 들여와 국내에 판매했고 이후에는 MLB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MLB' 로고의 패션 제품으로 확대 기획해 국내에 내놓았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MLB를 단순 스포츠 브랜드가 아닌 일상복, 캐주얼 패션 브랜드로 인식하게 됐다. F&F는 MLB 인지도가 높아지자 해외 시장에도 도전했다. 2020년 MLB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뒤 지난 9월 상하이에 700호점 매장을 냈다.

관련 업계에서는 MLB 브랜드의 디자인이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 소비자의 취향에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류' 열풍으로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연예인들이 착용한 MLB 야구 모자가 '연예인 모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MLB만의 디자인이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의 특성에 맞으며 명품 브랜드를 연상하게 해 중국 소비자의 취향에 잘 맞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MLB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뒤 지난 9월 상하이에 700호점 매장을 냈다. /F&F 제공
2020년 MLB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뒤 지난 9월 상하이에 700호점 매장을 냈다. /F&F 제공

미·중 갈등 여파로 미국·유럽 브랜드가 중국에서 타격을 입었으며 중국 애국소비 '궈차오' 열풍으로 중국 자체 브랜드와 K패션이 반사익을 얻었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패션업체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이 미국 브랜드로 대표되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면서 해당 기업들이 판매 부진을 겪기도 했다. 이로 인해 MLB가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나이키는 지난 1분기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16억5000만 달러(약 2조3776억 원)에 머물렀다. 중국 시장 부진에 대한 우려로 나이키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8일(현지 시각)까지 43.7% 하락했다. 아디다스도 중국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으며 올해 주가 하락 폭은 58.0%에 달한다.

반면 F&F 올해 3분기 실적이 호조세를 보였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4417억 원, 영업이익은 44% 증가한 1384억 원을 기록했다. 1~3분기 누적 매출은 1조2502억 원, 영업이익 3679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29%에 달한다. 이 중 해외 매출이 50%를 차지한다. 실적 성장을 이끈 핵심 원동력은 코로나 봉쇄 와중에도 중국에서 성장을 이뤄낸 간판 브랜드 MLB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내 MLB 매장은 올해 연말 기준 9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9월 리포트에서 "MLB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소비재 중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향후 5년간 30%씩 성장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에프앤에프 관계자도 "중국은 야구를 전혀 즐기지 않는 나라지만 MLB가 가진 브랜드 가치에 호응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F&F의 해외 사업이 중국 시장에 집중돼 있어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소비 시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국내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도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와 유럽 등의 시장 공략을 통한 새 활로를 찾고 있다. 지난해 F&F차이나의 매출은 305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인 1조891억 원의 28.0%에 달한다.

이에 따라 F&F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 외 아시아 시장에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F&F 관계자는 "2018년 홍콩, 마카오, 대만 및 태국에 진출한 데 이어 현재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까지 아시아 7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내년에는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까지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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