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현장 안전 시스템 '사후' 아닌 '사전' 점검 이뤄져야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이선화 기자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사상 초유의 참사에 전국이 슬픔에 잠겼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또다시 수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허망할 정도로 부실한 국가재난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두 번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국가 차원의 다짐이 무너지는 데 불과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정부가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을 정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69개 합동 분향소를 운영하면서 각지에서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재계도 이 같은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8개 계열사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지원 및 사회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해 50억 원을 기부했고 창립기념행사는 물론 각종 마케팅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SK, LG그룹 등 여러 대기업에서도 애도 기간 행사와 회식을 자제하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추모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 기업의 지원은 그 취지와 영향력 면에서 가치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같은 마음가짐이 '안전한 사업현장'을 만드는 실행 노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국내 대표 식음료 회사 계열사를 상대로 한 불매운동에 불이 지펴진 게 불과 보름 전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15일 SPC 계열사 사업장에서 20대 여성이 작업장에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사고 소식 이후 열흘도 채 되지 않아 같은 달 23일에는 또 다른 계열사 사업장에서 40대 근로자가 큰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회사 측의 미흡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또다시 사고가 재연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사고 책임과 규모에 차이가 있을 뿐 전국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참사와 닮아있다.
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비단 유통업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대 건설사 원·하청 업체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부상 등 산업재해 건수는 무려 151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 2017년 758건에서 2018년 1207건, 2019년 1309건, 2020년 1426건, 2021년 1519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802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사람의 목숨, 생명의 가치에 차이가 없듯이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은 생계를 위한 일터든 길 위든 그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미 발생한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번 다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전반의 안전망을 유기적이고 단단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다짐이 부디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소중한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