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사용 제한하는 법안 11월 24일 시행
환경부, 1년 계도 기간 부여
2일 서울의 편의점 (왼쪽부터 시계방향) GS25, CU, 이마트 24에 부착된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 중단을 설명하는 내용의 안내문. /이선영 기자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24일부터 시행되는 편의점 비닐봉투 금지 등 일회용품 규제를 앞두고 환경부가 1년간 계도 기간을 주기로 결정했다. 시행 초기 소비자의 혼란과 관련 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다만 환경단체 등에서는 환경부가 계도 기간을 부여함으로써 소비자와 관련 업계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으며 사실상 일회용품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편의점을 비롯한 종합 소매업과 제과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의 사용이 금지된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폐기물을 줄여 탄소중립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로, 이를 어기고 일회용품을 사용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한 사람에게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환경부는 과태료를 유예하고 1년 동안 '참여형 계도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캠페인 등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일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24일부터 시행되는 일회용품 줄이기가 현장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질적인 감량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 및 종이컵 사용금지에 대해서는 1년간 참여형 계도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일회용 봉투의 발주 양을 줄이거나 발주 자체를 중단하고 있다. 이마트24는 현재 일회용 비닐봉투의 발주를 중단한 상태다. CU는 지난 8월 1일부터 일회용 비닐봉투의 발주를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지난달에는 발주 자체를 전면 중단했다. GS25와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 9월 일회용 비닐봉투의 발주를 멈췄다.
편의점들은 일회용 비닐봉투를 대신해 종이봉투, 다회용 봉투, 종량제 봉투 등을 구비해 놓는다는 계획이다. 종이봉투는 100~250원, 종량제 봉투는 서울·20L 기준 490원, 다회용 봉투 500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일회용 봉투의 발주 양을 줄이거나 발주 자체를 중단하고 있다. /더팩트 DB |
편의점 업계에서는 시행 초기 소비자들의 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일회용품 규제 시행) 초반에는 소비자들의 혼선과 불편이 우려된다"며 "종량제 봉투나 100~200원 정도의 종이봉투 구매가 부담된다는 의견도 있다. 계도 기간 동안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2일 서울의 한 편의점 앞에서 1시간가량 살펴본 결과, 편의점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 중단을 설명하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으나 일부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산을 할 때 핸드폰을 응시하거나 딴 곳을 바라보는 모습도 보였다.
담배를 구매하러 왔다는 50대 A 씨는 "바로 앞에 차량을 정차해놓고 급하게 물건을 사느라 보지 못했다"며 "대형마트와 비슷하게 규제하는 것이 맞냐"고 취재진에게 되물었다.
생필품 구매를 위해 회사에서 잠시 나왔다는 30대 B 씨는 "안내문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자세한 내용은 보지 못했다"면서 "원래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고 나와서 비닐봉투에 담아가지는 않는다. 다만 숙취해소제와 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할 때 종이 봉투나 다회용 쇼핑백을 구매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환경단체 등에서는 환경부가 계도 기간을 부여함으로써 소비자와 관련 업계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으며 사실상 일회용품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9년 11월 일회용품 감축 로드맵을 통해 일회용품 제한 확대가 예고됐고, 관련 시행령이 지난해 12월 마련됐으나 환경부가 1년에 가까운 시간을 확보하고도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음 서울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 활동가는 "종이봉투가 일회용이라는 개념에서 친환경적 대안으로는 볼 수 없다"며 "하지만 일회용에서 다회용 사회로 넘어가기 위한 로드맵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부가 (일회용 비닐봉투 등) 규제에 대한 홍보와 안내를 부족하게 했고 규제라는 것은 진행되는 순간 소비자들이 알아서 적응하기 마련"이라며 "계도기간이 길어질수록 소비자들과 관련 업계만 혼란에 빠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