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가운데 '이재용 시대'를 상징할 신사업 영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삼성은 반도체·바이오·차세대 통신·신성장 IT(정보통신) 등에 5년 동안 45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추후 인수합병(M&A) 등 추가 투자 행보에 따라 이재용 회장이 중점적으로 육성할 신사업의 윤곽이 더욱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재용 회장은 27일 삼성전자 이사회의 회장 승진 의결 직후 사내게시판에 소회와 각오가 담긴 메시지를 공개했다.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모식 후 만난 사장단에게 밝힌 내용으로, 이 메시지를 통해 취임사를 대신했다. 이재용 회장은 "경쟁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은 건 경영진 여러분과 세계 각지에서 혼신을 다해 애쓰신 임직원 덕분"이라며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이재용 회장은 '기술'을 강조했다. 그는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이 기술의 중요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7일 국제기능올림픽에서도 "일찍부터 기술인의 길을 걷기로 한 젊은 인재들이 기술 혁명 시대의 챔피언이고 미래 기술 한국의 주역"이라며 "한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젊은 기술 인재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중시' 경영은 삼성의 전통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삼성의 주력 사업 모두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회장 승진을 통해 '뉴삼성'의 시작을 알린 상황에서 첫 메시지로 기술을 강조한 건 선대의 '기술 중시' 유산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이재용 회장은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낸다'는 철학에 따라 기술 인재를 육성하고, 외부에서 영입하는 데 더욱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어떠한 발자취를 남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시대'를 뒷받침할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숙제라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이병철 창업주는 전자 산업에 새롭게 진출하며 지금의 삼성전자 기반을 다졌다.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와 모바일, TV 등을 성장시켜 '글로벌 삼성' 시대를 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지난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삼성 제공

이재용 회장은 이미 지난 8월 5년 동안 반도체·바이오·차세대 통신·신성장 IT 등에 45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 계획에 포함된 미래 먹거리 분야가 '이재용 시대'를 뒷받침할 핵심 사업이다. 먼저 반도체는 메모리 초격차를 넘어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에 도전장을 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더 큰 시장으로 꼽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을 강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계는 '이재용 시대'를 상징할 사업으로 바이오를 가장 많이 언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2의 반도체'로 바이오산업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회장 승진을 앞둔 지난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을 방문, 바이오를 육성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5년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삼성은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같은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출범 10년 만에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 세계 1위를 달성한 상태다. 현재 글로벌 20대 제약회사 가운데 12곳을 고객사로 유치해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CDMO)하고 있다. 부분 가동을 시작한 제4공장이 정상 가동되는 2023년에는 생산 능력을 총 60만ℓ까지 확대,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 우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4공장 건설로 기존 공장 부지를 모두 활용함에 따라 오는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 원을 투자해 약 36만3600㎡(약 11만 평) 규모의 '제2캠퍼스'를 조성하고 이곳에 공장 4개를 추가로 건설, 바이오 분야 '초격차'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6세대(6G) 통신과 인공지능(AI)도 이재용 회장이 공을 들이는 사업으로 꼽힌다. 전문 인재를 대거 영입하고 연구 센터를 설립하는 등 지속 투자를 통한 선행 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재용 회장은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M&A 역시 재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 승진 이후 과감한 대형 M&A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