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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푸르밀 대표 체제부터 적자…사업 실패 요인은 '오너 무능력'?
입력: 2022.10.20 00:00 / 수정: 2022.10.20 00:00

유업계 "가혹한 결정…모든 유업체 재정 상황 어려워"
전문가 "절차적 보장이나 관련 계열사 전직 배려해야"


45년 동안 사업을 이어오던 중견기업 푸르밀의 사업종료 배경에 오너 경영 실패가 자리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더팩트 DB
45년 동안 사업을 이어오던 중견기업 '푸르밀'의 사업종료 배경에 '오너 경영 실패'가 자리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범롯데가(家) 유제품 전문 기업 푸르밀이 다음 달 30일부로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하고 전 직원을 상대로 정리해고를 통보하면서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45년 동안 사업을 이어오던 중견기업 푸르밀의 사업종료 배경에 '오너 경영 실패'가 자리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리해고 통지를 받은 임직원들은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푸르밀이 매각 등 다른 대안 대신 사업 종료를 택한 데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유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의 사업 종료 통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원윳값,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시장 개방, 경쟁 심화, 저출산, 적자 누적, 환율 급등, 원가 상승 등 모든 유업체가 재정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며 "하지만 법정관리, 매각 등의 시도가 적지는 않았는지 어려운 상황을 함께 이겨낸 직원들에게 너무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 발표는 아니었는지 아쉬운 대목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업체 관계자는 "일부 직원이 아닌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해고 통보를 했기 때문에 직원들은 이직을 준비하고 가정이 있으신 분들은 생계도 걱정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는 가혹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45년간 사업을 이어온 중견기업 푸르밀이 사업을 종료하게 된 배경에는 '오너 경영 실패'가 자리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푸르밀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한 기업으로 2007년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100% 인수해 2009년 푸르밀로 사명을 바꿨다.

푸르밀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전문경영인 남우식 전 대표 체제에서 꾸준히 영업이익을 냈으나 2018년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면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동환 대표 취임 첫해인 2018년 1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88억 원, 2020년 113억 원, 2021년 124억 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푸르밀의 자산 총계는 866억 원, 부채 총계는 723억 원으로 자본 총계는 143억 원이다. 올해 4월 기준 푸르밀의 주주 현황은 신준호 회장(60%), 신동환 대표(10%)와 신 회장의 딸 신경아(12.6%), 신 회장의 손자 신재열·신찬열(각 4.8%, 2.6%)로 신 회장 오너일가의 지분이 90%에 달한다.

푸르밀 관계자는 지난 17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본사를 비롯해 대리점과 전주·대구 공장 모두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라 당초 50일 전까지 해고 통보를 해야하나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정리 해고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범롯데가(家) 유제품 전문 기업 푸르밀이 다음 달 30일부로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하고 전 직원을 상대로 정리해고를 통보하면서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 /문래동=이선영 기자
범롯데가(家) 유제품 전문 기업 푸르밀이 다음 달 30일부로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하고 전 직원을 상대로 정리해고를 통보하면서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 /문래동=이선영 기자

정리해고 통지 대상은 정직원 약 350명을 포함해 협력업체 직원 50명, 배송 기사 100명, 500여 개 대리점의 점주 등이다. 이에 회사 직원들은 경영진의 예고 없는 사업종료와 정리해고 발표에 '직원들을 사지로 내모는 살인행위'라고 분개하며 다음 주 중 푸르밀 본사 앞에서 낙농가, 협력사와 함께 집단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김성곤 푸르밀 노동조합위원장은 공식 입장을 통해 "푸르밀 오너의 무분별한 일방적인 전 직원 해고에 비통함을 느낀다"며 "(오너가) 어떤 조언도 귀담아듣지 않고 무능력한 경영을 해오며 적자 전환 구조로 탈바꿈했다"고 비판했다.

푸르밀 노조는 사측에 '공개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5월부터 LG생활건강이 푸르밀이 보유한 콜드체인에 관심을 보였지만 매각 추진이 불발됐다. 표면적으로는 설비가 노후한 탓에 최종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푸르밀 측이 과도한 몸값을 제시해 매각이 불발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푸르밀이 갑작스럽게 정리 해고를 당한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보상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재원 노무사(공인노무사회 부회장)는 "푸르밀은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회사이고 생활에 밀접해 있던 기업인데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비의도적 해고인 것은 맞지만 정리해고를 함에 있어서 절차적인 보장이나 관련 계열사로 전직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직원을 해고하는 사태는 미국 같은 경우 흔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드문 일이다. 사업주 또는 1대 주주의 고유 선택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잘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한국 사회 실정법에는 저촉된 게 없다고 해도 정서법에는 저촉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비슷한 사례로 갑작스럽게 A 호텔이 매각된 뒤 350명의 직원이 1년 정도 시위를 해 3개월 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받고 끝났었다. 오너 경영의 노력이 부족했고 경영 악화로 인해 사업 종료 결정을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현실적으로 위로금 정도는 지급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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