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유통업 체감경기 2분기 연속 하락, 경기침체 우려
대형마트 3사가 저렴한 가격에 경쟁력까지 내세우며 판매하는 PB상품이 전년보다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이민주 기자 |
[더팩트|이중삼 기자] 대형마트 3사가 저렴한 가격에 경쟁력까지 내세우며 판매하는 PB상품(자체브랜드)이 전년보다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가성비 끝판왕’이라고 일컫는 PB상품마저 가격이 인상되자 소비자들은 이미 홀쭉해진 지갑을 아예 닫고 있다. 2030세대 사이에서는 ‘무지출 챌린지’가 열풍이 불 정도다. 이에 더해 최근 국내 소매유통업 체감 경기가 2분기 연속 급락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소비둔화’를 넘어 ‘소비냉각’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지난 6일 ‘PB상품 유통업체별 가격비교 조사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5월 3일부터 13일까지 총 11일간 대형마트 3사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에서 1374개 PB상품 중 가격비교가 가능한 773개 상품을 분석한 결과 466개(60.3%) 상품 가격이 인상됐다.
업체별로는 롯데마트가 263개 상품 중 201개, 홈플러스는 174개 중 81개, 이마트는 366개 중 184개 상품의 가격이 올랐다. 브랜드별로는 롯데마트의 ‘요리하다’가 159개 중 140개 인상돼 가격 인상 제품 비율이 88.1%로 가장 높았다. 이어 △롯데마트(초이스엘, 77.1%) △홈플러스(심플러스, 60.0%) △이마트(노브랜드, 55.6%) △이마트(피코크, 54.3%) 순으로 나타났다.
또 대형마트 3사의 PB상품 가공식품 중 가격이 인상된 상품 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단체는 "가격 비교가 가능한 상품 중 가격이 인상된 상품의 비율은 올해 60.3%로 2019년(13.1%)과 비교해 47.2포인트 전년(31.5%)에 견줘서는 28.8%포인트 늘었다"고 말했다. PB상품 가격 증감률이 가장 큰 품목은 식용유(26.9%)였으며 △밀가루(25.2%) △김치(16.5%) △국수(소면) 16.5%) △설탕(12.9%)이 뒤따랐다.
단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유통마진과 마케팅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춘 PB상품의 개발 취지와 소비자 기대에 부응해 가성비를 갖춘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책임이 있다"며 "대형마트의 이점을 살려 소비자가 선호하는 PB상품의 가격을 인상할 경우 PB상품의 본질을 떠나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PB상품이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완화하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유통업체의 자율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첨언했다.
PB상품을 주로 구매한다는 30대 직장인 이주영 씨(남·가명)는 "확실히 PB상품이 저렴하긴 하다. 주로 노브랜드 상품을 구입하는데 비슷한 용량의 일반상품과 비교해 1000원 이상 저렴한 상품도 있다"며 "PB상품은 값싼 맛에 사는 건데 만약 일반상품과 비슷한 가격대가 된다면 굳이 PB상품을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2분기 연속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가 급락한 점도 소비심리 위축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최근 2분기 연속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가 급락한 점도 소비심리 위축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소매유통업체들의 현장 체감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0~200 사이의 수치로 표시된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이번 분기의 경기가 전년 분기에 비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하며 100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지난 11일 발표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국내 소매유통업 체감 경기가 2분기 연속 급락했다. 조사는 지난달 13일부터 23일까지 총 11일간 진행됐으며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 4분기 전망치가 73으로 집계됐다. 2분기 99에서 3분기 84로 급락한 데 이어 2분기 연속으로 10포인트 이상 내려갔다.
대한상의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백화점(97→94)을 제외한 모든 업태가 기준치를 밑돌았다. 대한상의는 "백화점의 경우 주 고객층이 근로소득이나 금융소득 등이 상대적으로 높아 경기 변화에 비교적 둔감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의류 수요 증가, 가을 할인 행사 등 기대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형마트(86→76) △편의점(103→60) △슈퍼마켓(51→48) 등은 경기 기대감이 크게 떨어졌다. 대한상의는 고물가·고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산층 고객층이 많은 대형마트는 고객 수 감소와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매입액)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 여기에 반값상품 등 최저가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지만 수익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현실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편의점(103→60)은 지수 하락폭(43)이 가장 컸다. 대한상의는 "3분기에는 리오프닝과 여름 특수를 누렸지만 4분기가 편의점의 비수기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건비 상승과 편의점간 경쟁 심화도 기대감 상승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역설했다. 슈퍼마켓(51→48)은 업태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보였다. 대한상의는 △대형마트 △편의점 △이커머스 등과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점을 원인으로 봤다.
유통업계의 경영 애로요인으로는 △소비위축(30.2%) △비용상승(18.6%) △상품매입원가 상승(16.4%) △소비자물가 상승(16.0%) 등을 꼽았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물가안정(52.2%) △경기부양(16.2%) △가성비 좋은 상품·서비스 확대(9.4%) △가격할인․판촉행사 확대(6.0%)가 뒤를 이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고물가와 고금리로 실질구매력이 감소하고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비심리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며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같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쇼핑행사 등을 통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여주는 경제활성화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