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국산 쌀 사용 비중 확대 약속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개최한 국정감사에 참석한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왼쪽)과 박민규 오리온농협 대표이사. /국회=이선영 기자 |
[더팩트ㅣ국회=이선영 기자] 정부가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인한 서민 부담을 우려하며 올해 국정감사에 CJ제일제당과 오뚜기를 비롯한 식품업계 대표들을 소환해 국내 쌀 농가 보호를 위해 수입 쌀 대신 국산 쌀 사용 비중을 확대할 것과 관련 식품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가 개최한 국정감사에는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 박민규 오리온농협 대표, 박상규 농심미분 대표, 황성만 오뚜기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번 국정감사에 식품업계 수장들은 잇따른 식품 물가 상승과 관련해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낸 증인 채택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증인으로 소환됐다. 이날 식품업계를 대표해 증인 선서를 한 임형찬 부사장은 자리에 앉아 연일 정면을 응시하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함께 참석한 박민규 대표, 박상규 대표, 황성만 대표 등이 국감 중간중간 고개를 숙이거나 다른 곳을 응시하는 등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이날 국감에서 임형찬 부사장은 올해 3월부터 '컵반' 제품에 미국산 쌀을 사용하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임 부사장은 "국산 쌀과 수입 쌀 차이에 따라 일부 컵반에 수입 쌀을 소량 쓰고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수입 쌀을 국산 쌀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임 부사장은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기준 국산 쌀 6만 톤, 수입 쌀 2000톤을 사용 중으로 쌀 가공품 대부분 차지하는 햇반의 경우 전부 다 국산 쌀을 사용하고 있고 세계 38개국 수출 물량도 국산 쌀을 사용한다"며 "일부 수입 쌀과의 특성 차이로 컵밥 제품에 수입 쌀을 쓰고 있지만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해 국산쌀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황성만 오뚜기 대표는 "올해 1만8500톤 중 국내 유통 제품은 모두 국산 쌀로 만들었고 외국 수출량의 1.2%는 원가 때문에 수입 쌀을 쓰고 있다"며 "거래처와 협의를 통해 (국산 쌀 대체를) 재검토하고 국산 쌀을 사용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료 쌀을 공급 중인 박상규 농심미분 대표 역시 "식품 제조 회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보니 수입쌀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산 쌀 사용)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개최한 국정감사에 참석한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왼쪽부터)과 박민규 오리온농협 대표이사, 박상규 농심미분 대표이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황성만 오뚜기 대표이사(맨 오른쪽). /국회=이선영 기자 |
추가 질의 시간에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CJ제일제당이 국내 식품업계 1위 업체이고 즉석밥 시장에서 67%를 점유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식품업계의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격 인상을 억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안호영 의원은 "햇반 원료 쌀값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기업으로서 적정이윤을 추구해야겠지만 시장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임 부사장은 가격 인상 배경에 대해 "햇반 제조 원가 비중은 쌀이 차지하는 비중 50% 미만이나 용기 등 포장재 물류비, 인건비 너무나 폭등했기 때문에 가격 인상 불가피했다"며 "(농민과 소비자 입장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진땀을 뺐다.
한편 정부는 최근 식품업계를 대상으로 고물가로 인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부당한 가격 인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담합 등 불공정 행위 여부를 소관 부처와 공정위가 합동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지난달 27일 주요 식품 업체 6곳과 간담회를 열고 "고물가에 기댄 부당한 가격 인상이나 편승 인상은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