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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샤넬 팝니다…MZ세대 모시기 위해 틀 깬 백화점
입력: 2022.10.04 13:37 / 수정: 2022.10.04 13:37

현대백화점 신촌점 중고 명품관 북새통

백화점이 명품이나 고가 브랜드 유치에만 집중해오던 틀을 깨고 ‘중고’에 꽂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더팩트 DB
백화점이 명품이나 고가 브랜드 유치에만 집중해오던 틀을 깨고 ‘중고’에 꽂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지난 2일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관 4층에 이색 장면이 연출됐다. 주말인 점을 가만하더라도 다른 층에 비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 터다. 너도나도 한 층에 몰린 탓에 일부 사람들은 더는 있을 수 없었는지 그곳을 빠져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진풍경이 왜 펼쳐졌을까.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16일 이곳 전체를 ‘중고품 명품관’(세컨드 부티크)으로 탈바꿈했다. 현대백화점이 명품이나 고가 브랜드 유치에만 집중해오던 틀을 깨고 ‘중고’에 눈을 돌렸다. 최근 중고 상품을 사고파는 ‘리커머스’가 젊은 세대 트렌드로 떠오른 터다. 이는 백화점 3사(현대·롯데·신세계) 가운데 최초다. 매장에서는 각종 중고 명품과 빈티지 아이템 등을 판다. 같은달 28일에는 미아점 1층에 중고명품 전문 브랜드 ‘럭스 어게인’을 개장했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에 중고 브랜드 매장이 상시적으로 문을 연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MZ세대의 소비 방식을 반영해 고가 중고 제품이나 빈티지 인테리어 제품 등 다양한 세컨핸드 아이템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며 "실제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90%는 젊은 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가치소비가 확산하는 것도 인기를 끄는 배경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컨핸드는 다른 사람이 한 번 사용했던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중고품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20대 직장인에게 중고품 명품관을 찾은 이유를 묻자 "평소에 명품에 관심이 많지만 값이 비싸서 새 상품을 보다는 중고 상품을 구매했었다. 중고 명품관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하러 왔다"며 "개인적으로 명품을 사는 이유는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물론 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방 하나에도 옷 스타일링이 달라진다. 명품도 하나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16일 신촌점 유플렉스관 4층을 중고 명품관으로 꾸몄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16일 신촌점 유플렉스관 4층을 중고 명품관으로 꾸몄다. /현대백화점 제공

중고시장에 뛰어든 건 현대백화점뿐만이 아니다. 롯데·신세계백화점은 상시적으로 중고 매장을 운영하고 있진 않지만 온라인 중고 플랫폼 인수·투자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3월 롯데쇼핑은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지분 93.9%를 유진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인수했다. 롯데 계열의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은 지난 3월 중고거래 서비스를 위해 중고나라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편의점에서 중고거래 당사자들이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해당 서비스는 올해 11월 시행하는 것이 목표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자사 벤처캐피탈(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포함한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8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은 번개장터에서 운영 중인 명품 편집 매장인 ‘브그즈트 컬렉션’을 입점시켜 리셀 상품과 중고 명품을 판매 중이다.

백화점이 중고에 꽂힌 이유는 단연 MZ세대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4조 원이었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 20조 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2020년 중고거래 카드 결제규모 중 2030세대가 약 61%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대의 경우 중고거래 관련 결제 금액이 2019년보다 2020년이 68%나 치솟았고 30대도 약 30% 늘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중고거래는 나만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하나의 소비 수단이자 놀이 문화가 됐다"며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찾아 중고시장에 진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MZ세대의 중고품 애용 이유를 △소유보다 경험 △소득한계 △재테크 등 총 3가지로 꼽았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중고품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한 편이며 실용적인 사고로 접근한다. 비싼 신상을 사서 아끼기보다 중고 상품을 사서 사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말이다"며 "또한 중고 명품은 신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장기적으로 재테크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백화점이 중고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자본의 이윤 추구 논리의 필연적 과정이다. 백화점은 자본력을 앞세워 돈 되는 곳은 어디나 침투한다"며 "규제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만 도덕적 해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백화점이 돈 되는 곳에 모두 진입하는 형태는 신중해야 하며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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