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2020년 대표 승진, 실적은 곤두박질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는 2020년 대표에 올랐지만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세엠케이 제공 |
[더팩트|이중삼 기자] 한세예스24그룹 '오너家' 김지원(42) 한세엠케이 대표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김지원 대표는 '오너家'라는 지위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2년 전 대표 자리에 올랐지만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김지원 대표는 최근 합병을 통해 실적을 반등시킬 기회를 잡았다. 경영능력을 입증할지 실패를 반복할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지원 대표는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의 2남 1녀 중 막내딸이다. 이화여대에서 심리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외식경영학 석사학위를 땄다. 그는 2008년 예스24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으며 2017년 상무 직함을 달고 한세엠케이에 합류했다. 2019년 2월 전무로 승진, 이듬해 1월 대표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을 이뤘다. 한세엠케이는 한세예스24그룹의 패션 부문 계열사다. 큰오빠 김석환 예스24 대표는 출판과 지주사업을, 작은오빠 김익환은 한세실업 대표로 의류 OEM(주문자위탁생산)과 ODM(제조업자 개발생산)을 맡고 있다. 막내 김지원 대표는 패션브랜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김지원 대표는 초고속 승진으로 재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경영능력에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2019년 취임 이래 경영이 악화된 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세엠케이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매출은 연결 기준 △3074억 원(2019년) △2202억 원(2020년) △2076억 원(2021년)으로 급전직하했다. 영업손실도 △238억 원(2019년) △188억 원(2020년) △120억 원(2021년) 등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경영이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연결 기준 968억 원으로 지난해 동반기 1030억 원보다 62억 원 줄었다. 영업손실도 지난해 상반기 연결 기준 5억 원에서 올해 동반기 46억 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 한세엠케이 대표로 취임 이후 줄곧 이어진 적자로 체면을 구기고 있는 셈이다.
참담한 '경영 성적표'를 받은 김지원 대표는 실적 개선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다. 먼저 ‘무선 전자 태그’(RFID) 시스템을 유통 부문에 적용하면서 의류 배송 서비스 혁신의 발판을 마련했다. RFID 시스템은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반도체 칩이 내장된 태그와 라벨 등 저장된 데이터를 비접촉으로 읽어내는 방식이다. 이는 신속하고 정확한 재고관리로 작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RTLS) 시스템도 구축했다. RTLS 시스템은 매장 내 상품 위치를 포함한 전체 물류 동선을 중앙의 본사에서 실시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가 선택한 상품이 계산하는 곳까지 모든 과정을 읽고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최신 트렌드와 각 제품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데 쓰인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패션몰 아이스타일24와 함께 업계 최초로 총알 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오전에 주문한 상품을 오후에 받을 수 있는 의류 당일 배송 시대를 열었다.
한세엠케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연결 기준 968억 원으로 지난해 동반기 1030억 원보다 62억 원 줄었다. 영업손실도 지난해 상반기 연결 기준 5억 원에서 올해 동반기 46억 원으로 증가했다. /더팩트 DB |
김지원 대표의 이같은 노력에도 실적을 개선하지 못한 이유는 회사가 보유한 브랜드에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세엠케이의 다수의 브랜드는 중저가로 구매가 가능한데 의류업계가 SPA를 중심으로 한 저가브랜드가 재편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며 "이는 결국 매출에 직결되는 부분으로 타격이 불가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주얼의류 회사인 한세엠케이는 △NBA △NBA 키즈 △PGA TOUR △LPGA GOLF WRAR △버커루 △TBJ △앤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한세엠케이는 지속적인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7월 한세예스24그룹은 상장계열사인 한세엠케이와 같은 부문의 비상장계열사 한세드림의 흡수합병을 단행했다. 한세엠케이가 흡수합병으로 한세드림을 품에 안은 것이다. 한세엠케이와 한세드림의 합병 비율은 1:0.86이다. 합병 이후 대표 체제는 3인 각자대표(김동녕·김지원·임동환)구조로 전환했다. 각자대표는 주식회사에서 여러 명의 대표를 선정해 각자로 하여금 회사를 대표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업계에서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세엠케이에 숨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세드림은 △리바이스 키즈 △모이몰른 등 유아동복 전문기업이다. 결국 한세엠케이는 성인복부터 유아동복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토탈 패션 기업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한세엠케이는 지난 7월 1일자로 한세드림을 흡수합병했다. 한세드림은 유아동복을 중심으로 견실한 흑자 실적을 올려온 기업이다"며 "특히 ‘모이몰른’과 ‘플래이키즈-프로’ 등 MZ세대 부모들에게 호응이 높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년 매출 2000억 원대의 실적을 꾸준히 기록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을 통해 리소스와 다양한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합·정비함으로써 향후 사업 확장 시 활용 가능한 여유 자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며 "실제로 이번 합병을 통한 조직 개편으로 경쟁력 있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정립과 패션업계 내 기업 위상 증대뿐만 아니라 생산 라인에서의 구매력 증가 그리고 유통 차원 내 규모 강화를 통한 교섭력 증가 등 실제적인 원가 절감과 경영 성과 향상 등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원 대표는 합병을 통해 다시 한번 경영능력을 검증받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그는 "이번 합병이 고객과 주주, 협력사는 물론 임직원에게도 긍정적인 성과로 기록될 수 있도록 전사적 역량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합병 이후에도 경영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룹에서 입지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시스템 통합은 물론 생산과 유통 차원에서의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 단초가 될 것이며 패션업계 내 경쟁력을 제고하고 기업 가치 상승과 시장 점유율 확대 등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나가는 선도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높여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TBJ와 앤듀 등 브랜드에 투입됐던 자원과 리소스를 성장세가 높은 유망 브랜드군으로 재배치했다"며 "지난 2일에는 플레이키즈-프로가 나이키코리아와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의 나이키키즈 공식 매장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운영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아동복 사업 분야에서도 아이덴티티에 차별화를 더한 신규 프로젝트도 선보일 방침"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