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세입자 모두 금리인상에 전세보다 월세 선호"
아파트 전세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지난해 급등한 가격과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서민 주거불안은 가중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신혼집을 월세로 알아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부동산에서 전셋값이 좀 내리지 않았냐 운을 뗐더니 비웃음만 당했습니다. 뉴스에서는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는데 실제로는 아직도 대출 없이는 전셋집을 구하기 힘들뿐더러, 이자도 불어나서 월세가 오히려 저렴한 판입니다."
내달 결혼을 앞둔 권 모 씨(42세‧남)는 전세 가격 하락을 체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전세 가격이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에 주거불안은 가중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까지의 상승 폭이 가팔라 최근 이어지는 가격 조정이 크게 체감되지 않는 상황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보다 0.25% 내리며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국적으로도 0.45% 하락세가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 전세를 구하는 이들은 내린 전세가격을 체감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권 씨는 "1년 전 결혼을 준비할 당시만 해도 전세금으로 현금 3억 원을 마련해 두고 나머지를 대출로 채우면 서울 외곽에서는 어렵지 않게 신혼집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2억 이상 대출을 받지 않으면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없는데다, 금리가 너무 올라 신혼집을 월세로 들어가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달 102.7 수준으로 내렸지만, 지난해 같은 달 101.4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
서민 주거부담이 커진 것은 지난 1년간 아파트 전세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달 102.7 수준으로 내렸지만, 지난해 같은 달 101.4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작년 8월 6억2014만 원에서 올해 1월 6억3424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6억3077만 원 수준으로 조정을 겪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조회시스템을 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푸르지오’ 전용면적 59.88㎡은 이달 9억4500만 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는데 이는 올해 2월 11억7000만 원과 견주면 2억 원 넘게 내린 가격이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 6~7억 원 사이에서 체결된 신규계약과 비교하면 여전히 2억 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또 최근 전세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급등한 전세가격과 가중하는 이자를 부담하지 못하고 월세를 찾는 임차인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집주인 역시 전세가격 상승 폭을 반전세로 돌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임차문의는 대다수 월세를 낀 매물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여력이 가능한 전세금에 월세 100만 원 내외를 붙이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들도 월세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다"며 "금리가 올라 대출보다는 월세를 찾는 세입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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