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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기아노조 '평생할인' 고집, 누가 공감할까
입력: 2022.09.09 00:00 / 수정: 2022.09.09 06:57

공감 잃은 생떼 지속되면, 글로벌 경쟁력 사라진다

기아 노사가 지난 2일 진행된 2022년 임단협 잠정합의안 조합원 투표에서 의견일치안이 부결되면서 추석 연휴 전까지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매듭짓는 데 실패했다. /기아 제공
기아 노사가 지난 2일 진행된 2022년 임단협 잠정합의안 조합원 투표에서 의견일치안이 부결되면서 추석 연휴 전까지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매듭짓는 데 실패했다. /기아 제공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일상에서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흔히 '고집불통' 또는 '막무가내'라고 표현한다. 최근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들려오는 기아 노조의 '단체협약 부결' 소식을 듣고 있자니, 안타깝게도 이런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난달 말 현대자동차(현대차)를 비롯해 외국계 완성차 제조사에서 잇달아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업계 안팎에서 '0년 연속 무분규 합의'라는 반가운 평가들이 나왔다.

기아 역시 마찬가지다. 기아 노사는 지난달 30일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10차 본교섭에서 2022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도 채 안 된 지난 2일 진행된 잠정합의안 조합원 투표에서 의견일치안이 부결되면서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매듭짓지 못했다. 이로써 기아는 외국계를 포함해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추석 연휴 전 노사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간 굳건하게 유지돼 온 '평생할인' 혜택을 회사 측이 건드렸다는 게 조합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이유다. 기아는 근속 25년 이상인 직원에 한해 2년에 한 번씩 자사 차량을 구매할 때 3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퇴직자 신차 할인' 제도를 시행해왔다. 해당 제도에 연령 제한은 없다. 다시 말해 근속 기준만 넘으면 '평생할인'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이번 단체협약에서 기아는 이 제도의 대상 연령을 75세까지로 낮추고, 할인 주기를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할인 폭은 기존 30%에서 25%로 줄이는 조정안을 제시했는데 노조 측은 이를 거부했다.

아마 기아에 몸담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 같은 제도가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같은 제도는 '한 지붕' 아래 있는 현대차도 시행 중이다.

근로자의 '복지'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가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근로자들에게 일정 할인율을 적용해 주는 것도 복지의 개념으로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무려 차량 값의 3분의 1에 달하는 할인혜택을 퇴사 후에도 2년에 한 번꼴로 평생 제공하는 것까지 공감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갈수록 평균 수명이 늘고 있는 고령화 시대에 매년 할인 제도 대상자가 늘어나면 회사의 고정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자동차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아 노조를 향한 싸늘한 시선이 나오는 이유는 또 있다. 현대차·기아 임직원들이 자체 할인 제도를 이용해 싼값에 차를 사고, 2년 후에 애초 구매가격보다 더 비싼 값으로 차를 되파는 이른바 '차테크'는 업계에선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반도체 이슈 이후 신차 출고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연식 짧은 중고차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하니 꽤 훌륭한 부수입 수단이 아닐까 싶다.

회사 밖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차량 1대당 최대 1000만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눈앞에서 놓치는 상황에 놓였는데 안에서는 노조가 '평생 차량 값 30% 할인을 유지해달라'며 등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가 안타깝기만 하다. 일각에선 혹여 이번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노조가 전기차의 미국 현지생산에 딴지를 걸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지금은 기아 노사가 '대립'이 아닌 '합의'에 나서 글로벌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데 머리를 맞댈 때다. 공감 잃은 생떼로 기업의 경쟁력이 사라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 기업에 몸담고 있는 근로자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아무리 오랜 기간 지속해 온 제도와 규칙이라도 그것이 현실과 맞지 않고, 무엇보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라면 과감히 수술대 위에 올려놔야 한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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