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까지 정리매매···'죽음의 단타' 마무리
2000년대 초 음악 재생용 MP3 파일 공유 시장을 주도했던 음원 공유 서비스 업체 소리바다가 오는 7일 상장폐지된다. /소리바다 제공 |
[더팩트|윤정원 기자] 2000년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했던 '소리바다'가 상장폐지를 하루 앞두고 있다. 정리매매 기간 널뛰기 하던 주가가 막을 내리는 셈이다. 소리바다는 향후 장외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지만 큰 기대는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1998년 설립된 소리바다는 2001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서비스, 각종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소리바다는 과거 10~20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MP3 열풍을 타고 급성장했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음원을 파일로 다운받아 듣는 MP3 문화마저 사라지면서 소리바다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2년간 최대주주가 다섯 번 바뀌는 등 경영권 분쟁도 이어지며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결국 지난 5월 31일 한국거래소는 소리바다의 상장폐지를 최종 의결했다. 당초 지난 6월 3일부터 14일까지 정리매매를 진행하고 같은 달 15일 상장폐지를 할 계획이었으나 소리바다가 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정리매매가 미뤄지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5일 소리바다에 대해 '법원의 상장폐지 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 따라 29일부터 7일간 정리매매절차를 재개한다'고 공시했다.
그동안 거래정지 상태였던 소리바다는 정리매매가 시작된 첫날인 지난 29일 90.03%(3565원) 급락하며 39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튿날인 30일에는 115.19%(455원) 오른 850원을 기록했다. 이후 하락 폭은 △31일 22.24%(189원) △9월 1일 31.92%(211원) △2일 37.78%(170원) △5일 46.43%(130원) 등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렸지만 장중에는 등락 폭을 달리하는 주가 흐름이 이어졌다. 6일 오전 10시 50분 기준 소리바다는 전 거래일(150원) 대비 40.67%(61원) 하락한 89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104원으로 문을 연 소리바다는 89~104원 수준에서 움직이는 추이다.
주가가 극심한 등락 폭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정리매매 기간에는 가격 변동폭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격하게 요동치는 주가 속에서 소리바다 주식을 놓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죽음의 단타' 매매가 펼쳐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단기차익을 위해 연신 '눈치게임'에 나섰다.
정리매매 주식은 호가를 접수한 뒤 30분마다 일괄로 체결이 이뤄지기 때문에 흔히 '정매꾼(정리매매꾼)'이라고 부르는 투자자들도 기승을 부렸다. 주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고, 단일가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주식투자 게시판 등에는 소리바다의 재상장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등 매수 호가를 높이는 '꾼'들의 신호가 줄을 이었다.
현재까지도 일부 증권 게시판에서는 향후 소리바다의 장외시장 거래 및 재상장 가능성을 점치는 글들이 왕왕 있다. 물론 비단 정매꾼의 견해만은 아니다. 상장폐지가 기업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장외시장에서도 활발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상폐된 종목에 대한 기대감은 쉬이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9년까지 상장폐지된 1111개 회사 가운데 제도권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재개된 기업은 111곳밖에 되지 않는다. 상장폐지 이후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재개되기까지도 평균 269일이나 걸렸다. 또한 이들의 주가는 정리매매기간 평균 153원이었지만 장외시장으로 넘어간 지 석달 후에는 평균 66원에 거래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리매매 기간에는 단순 차익실현 뿐만 아니라 경영권 인수를 노리는 세력이 숨어있을 수 있어 투자 위험도가 매우 높다"며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상폐 이후 장외시장을 활용해 차익실현을 노리지만, 기업의 신뢰도가 낮아진 만큼 장외시장에서도 주가가 크게 오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