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정착하는 과정 중 이벤트성으로 활용되는 전략"
대형마트에서 쏘아 올린 초저가 치킨 열풍에 편의점 업계도 반값 치킨 경쟁에 합류했다. (위쪽부터) CU, GS25, 세븐일레븐.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대형마트에서 쏘아 올린 초저가 치킨 열풍에 편의점 업계도 반값 치킨 경쟁에 합류했다. 편의점들은 주요제품 '원플러스 원' 할인 행사를 하는 등 가성비 치킨 판매에 나섰다. 유통업계에서는 다른 상품의 매출을 끌어올 효자상품으로 치킨상품을 늘리고 있지만 업체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U는 9월 말까지 즉석조리 치킨 2+1 행사를 진행한다. CU가 이번 행사를 진행하게 된 배경으로는 최근 치킨 매출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CU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6일까지 조각 치킨과 프라이드 치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5%, 78.9%씩 증가했다. CU는 고물가에 최근 가성비 치킨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이번 행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지켜본 뒤, 10월에도 행사를 이어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GS25도 9월 한 달간 더큰바삭통다리, 버팔로립, 더큰반마리치킨, 부먹치킨 등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1+1, 음료수 증정행사를 펼친다. GS25는 올해 치킨 상품군을 집중 확대하며 차별화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국내산 닭안심에 소스를 부어 먹는 콘셉트의 치킨 상품인 '부먹치킨'과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라는 관용구에서 착안한 신발 모양의 '신발튀김'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복 기준 GS25의 치킨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5.2%로 증가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역시 치킨 열풍에 동참했다. 이마트24는 최근 구운 즉석조리 식품인 '오븐쿡'을 선보였다. 기름에 튀기는 방식에 차별화를 두고자 했다. 오븐쿡은 치킨과 닭꼬치 등 14종의 상품을 약 200여 개 점포에서 테스트 운영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자사 즉석치킨 브랜드 '프라이드'(PRIDE)를 운영하고 있다. 한 마리 치킨을 9900원에 판매하며 현재 전국 약 4000여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최근 '오븐쿡'을 선보이며 치킨과 닭꼬치 등 14종의 상품을 약 200여 개 점포에서 테스트 운영 중이다. /이마트24 제공 |
유통업계에서는 다른 상품의 매출을 끌어올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며 치킨상품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편의점 업계는 주로 바로 먹을 수 있는 소용량 즉석치킨을 판매해 2030세대와 1인 가구, 가벼운 안주를 찾는 소비자 등을 공략하고 있다.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최근 저렴한 치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해 고객 맞춤 행사를 기획했다"며 "고물가에 부담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편의점을 이용하는 주 고객층은 10대부터 20~30대까지 다양하며, 주로 간식용으로 많이 찾는다"며 "추가 인력 없이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다는 점이 판매자 입장에서는 가장 큰 장점이자 차별점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부위만 선호도에 따라 소량 구매할 수 있어 남기는 음식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고 합리적인 가격대에 퀄리티 높은 치킨을 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올랐다. 지난 6월과 7월 두 달 연속 6%대로 치솟은 이후 다시 5%대 후반으로 내려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7%에서 올해 1월 3.6%로 소폭 낮아진 뒤 2월에 3.7%, 3월에 4.1%, 4월에 4.8%, 5월에 5.4%, 6월에 6.0%를 기록했으며, 7월에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6.3%를 기록했다.
최근 편의점들은 즉석조리 제품을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등 치킨 상품군을 늘리고 있는 추세지만, 업체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BGF리테일 제공 |
다만 편의점의 치킨이 프랜차이즈 치킨과는 다르게 즉석조리 식품보다는 냉동 재가열 제품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 매장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편의점들은 즉석조리 제품을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등 치킨 상품군을 늘리고 있는 추세지만,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치킨 제품이 업체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벤트성으로 활용되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치킨이 일종의 미끼 상품의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낙수 효과로 편의점 채널까지 반값 치킨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것까지는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지만, 대형 할인점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의 영향력을 갖는 상품군으로까지 자리 잡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형마트의 통큰치킨 시리즈도 예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정착하기 전까지 이벤트성으로 활용되는 전략이며, 장기적인 판매로 이어지기보다 일시적인 트렌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편의점 반값 치킨이 주요 고객인 1인 가구의 경제적 상황을 도와주는 제품이며 긍적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대형마트와 달리 1인 가구의 소비자들이 많다"며 "편의점에서 가성비 치킨이 나오는 것은 1인 가구 입장에서는 너무나 반가운 일이고, 규모의 경제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1인 가구를 도와주는 제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