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7460원 거래 종료…주가 7000원대 지속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캄보디아 부동산 로비 의혹에 연루된 점 등은 소액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더팩트 DB. DGB금융지주 제공 |
[더팩트|윤정원 기자] DGB금융지주의 주가가 고전하는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실적 하락에 따른 국민연금 이탈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로비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점도 투자자들의 비난을 자아낸다.
◆ 1만 원대에서 7000원 대로…실적도 '지지부진'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DGB금융지주는 전 거래일(7430원) 대비 20원(+0.27%) 오른 74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DGB금융지주는 7410원으로 문을 연 뒤 상승세로 전환했다. 다만 오름 폭이 크지는 않다. DGB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25일 1만850원의 고점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 7월 15일에는 7330원까지도 고꾸라졌다. 은행 이자장사에 대한 비난 여론과 관치금융 논란이 고조됨에 따라 다른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DGB금융지주 주가도 급락했다.
주가 부진 속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DGB금융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DGB금융지주의 지분 12.90%(2181만1401주)에 달했다. 하지만 약 8개월 새 지분은 3%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지난달 24일 기준 국민연금이 소유한 DGB금융지주 주식의 지분율은 10.0%(1691만500주)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2대 주주였던 OK금융그룹이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도 보인다. 지난달 2일 기준 OK금융그룹(OK저축은행 6.84%‧아프로파이낸셜 0.88%)의 보유 지분율은 7.72%다.
DGB금융지주의 상반기 실적도 썩 만족스럽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DGB금융지주의 영업이익은 4228억3074만 원이다. 전년 동기(4504억1330만 원)와 견주면 6.2%가량 줄어든 규모다. 당기순이익은 3084억9735만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337억5426만 원)과 비교해 7.6% 감소했다. 상반기 연결총포괄손실은 718억81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에는 연결총포괄이익이 2740억1900만 원 수준이었다.
실적 하락에 대해 DGB금융지주 측은 "일회성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DGB금융지주 측은 "자회사인 DGB생명에 대한 회계정책 변경 기준으로 과거 재무제표(2018년~2021년 반기말)가 소급 재작성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사측에 따르면 DGB생명 보증준비금 관련해 회계정책이 변경된 부분이 반영되면서 지난해 2분기 DGB그룹 순이익은 29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재무제표가 재작성됐다.
현재 온라인 증권 커뮤니티 및 종목토론실 등에는 "배당만 잘 나와 준다면 주가가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실적과 주가는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지 모르겠다", "금융주는 금리 인상의 대표적인 수혜주 아닌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는 등의 토로도 잇따른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DGB금융지주의 예상 배당수익률은 9.14%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편에 해당한다.
DGB금융지주의 예상 배당수익률은 9.14%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한다. /더팩트 DB |
◆ 오는 10월 김태오 회장 부동산 로비 4차 공판 예정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캄보디아 부동산 로비 의혹에 연루된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대구은행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스페셜라이즈드뱅크(SB)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캄보디아 공무원에게 350만 달러(한화 약 41억 원) 상당의 로비 자금을 건넨 사건을 확인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김태오 회장 등 DGB금융그룹 전·현직 임직원들 국제거래상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중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DGB금융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의 재판이 본격화된 것은 올해 4월부터다. 다만 당시 대구은행장을 겸직했던 김 회장 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대구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도 김 회장은 "로비자금을 통해 상업은행 전환과 본점사옥 매입이 추진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공동피고인들과 범죄행위를 공모할 신뢰관계도 형성돼 있지 않았고, 범행동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는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심리하는 4차 공판기일을 오는 10월 5일로 잡은 상태다.
김 회장은 로비 의혹과 별개로 최근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는 등 실적에 대한 확신 심기에 나선 모습이다. 김 회장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대면 IR을 진행했다. 김 회장이 직접 미국행을 택한 것은 DGB금융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다른 지방 금융지주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DGB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46%가량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캄보디아 로비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진 DGB금융의 주가 불안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주가 부양책 등과 관련해 DGB금융지주 측은 "뜬금없다"는 입장이다. 공판 일정에 대해서도 되도록 말을 삼갔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검찰 쪽에서 공판 연기를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10월로 일정이 미뤄졌다. 일정에 맞춰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IR 등 김 회장의 추가적인 직접 행보에 대해서는 "예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