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인정돼야 손배소에서도 유리…배상액 증액 가능성도 제기
대우조선해양이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를 점거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를 상대로 5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손배소와 함께 검토 중인 업무방해 형사 고소를 통해 부당 쟁의행위를 인정받는다면 손배소 승소가 더욱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 모습. /대우조선해양 제공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50여일간 옥포조선소 1도크를 점거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한 것과 관련해 형사고소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업무방해가 입증된다면 손해를 증명하기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하청지회 파업 참가자 개인들에게도 소송을 제기하는 등 너무 몰아세우면 여론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하청노조를 상대로 약 50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안을 보고했다. 소송은 이르면 이달 말에서 늦어도 다음달에는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2일부터 51일간 지속된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약 8000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손배소 금액을 500억 원은 확실히 피해가 확정된 금액이라는 점에서 향후 청구 금액을 재산정할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은 파업으로 인한 손해 규모를 약 8000억 원으로 추산했으며, 파업기간 조업중단·지연에 따른 매출손실 6468억 원, 고정비 지출 1426억 원. 납기지연에 따라 부담해야 할 지체보상금 예상액 271억 원 등으로 추산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500억 원 금액은 파업 때문에 공정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 발생한 고정비 등을 반영한 비용을 우선 적용했다"면서 "선박이 인도 지연되면서 나타난 손실은 선주에게 배가 인도 완료돼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손해액을 재산정해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손배소보다 업무방해 혐의의 형사고소가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만일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업무방해로 판단할 경우, 하청지회의 시위가 부당쟁의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손배소에서도 피해를 입증하기 수월해진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업무방해죄 형사고소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손해배상청구는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형사소송과 별도로 판단하겠지만, 업무방해가 인정되면 하청지회의 파업이 부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민사소송에서도 업무방해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겠지만 형사소송에서 판단이 있다면 더 확실하게 피해를 내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손배소 청구 대상을 노조 집행부로 한정할 지, 전체 노조원을 대상으로 할지는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노조원을 대상으로 진행할 경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만큼 반발도 거세지고, 여론전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여지가 있다.
전국금속노조는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막는 '노란봉투법' 제정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과거 사측에 거액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쌍용자동차 노조를 돕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보낸 캠페인에서 유래했다.
현재 국회에는 강병원·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노란봉투법이 계류돼 있다. 19, 20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노란봉투법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실제 민주당에서는 대우조선 파업 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노란봉투법안 통과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쌍용차 사태와 같이 노조를 너무 극한으로 몰아붙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500억 원의 손해비용도 노조가 제대로 지불할 능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경고 차원에서 더 이상의 증액이나 파업 참가자 개개인의 책임을 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