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신탁을 이끄는 차정훈 회장은 올해 상반기 21억5000만 원을 보수로 받았다. /한국토지신탁 제공

[더팩트｜윤정원 기자] 차정훈 회장이 이끄는 한국토지신탁이 아쉬운 실적에도 불구하고 연봉 잔치를 이어가며 투자자들의 비판을 자아내고 있다. 주주 친화정책은 고사하고, 임직원들의 인건비 지출만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상반기 영업이익 364억 원…전년동기 대비 25.6% 감소

한국토지신탁은 당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회사로 설립됐다. 1996년 문을 연 한국토지신탁은 차입형 토지신탁 부문 선도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토지수탁 이후 공사비 등 사업비를 신탁회사가 직접 조달하는 방식으로, 신탁회사의 입장에서는 차입금 부담리스크가 있는 반면 신탁보수가 큰 개발방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년 한국토지신탁 지분을 특수목적 회사(SPC)인 아이스텀앤트러스트에 넘겼고, 차정훈 회장이 이끄는 엠케이전자가 2013년 한국토지신탁을 인수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엠케이인베스트먼트가 24.25%, 엠케이전자가 11.21%의 한국토지신탁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엠케이인베스트먼트는 엠케이전자 100% 자회사로, 두 회사의 한국토지신탁 보유 지분은 35.49%에 이른다.

다만, 한국토지신탁은 최근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올해 2분기 한국토지신탁의 매출(영업수익)은 606억 원 수준이다. 올해 1분기와 견주면 37.7% 증가했으나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5.5% 하락한 수준이다. 상반기로 보면 매출은 1046억 원으로, 전년 상반기(1142억 원)보다 9.4% 감소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364억 원으로, 전년 동기(489억 원) 대비 25.6% 줄었다. 상반기 순이익은 344억 원이다. 전년 동기(652억 원) 47.3% 축소된 규모다.

2분기 신탁보수 수수료는 203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38% 상승했다. 기타수수료는 205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75% 늘었다. 다만 리츠 부문 수수료 기저가 높았던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2% 줄어든 수준이다. 2분기 대출평가및처분손실은 10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에도 대손은 29억 원에 달했는데 여전히 통제되지 못 하는 모습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누적 수주규모는 1601억 원으로 집계됐다. △차입형토지신탁 405억 원 △차입형도시정비 66억 원 △리츠 738억 원 △기타 392억 원 등이다. 올해 누적 수주규모는 전년도(1438억 원)을 11%가량 상회한다. 현재 수주잔고는 6113억 원으로 파악됐다. 다만 수익 인식까지 시간이 오래걸리는 차입형도시정비가 2610억 원으로 전체 가운데 42.7%를 차지하는 것은 적잖은 리스크로 풀이된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전년 동기와 견주면 실적이 조금 부진해 보이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매출 인식이 4~5년정도로 더딘 도시정비를 늘려간 영향으로, 올해부터 매출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수익성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HJ중공업의 지분법손실액은 46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HJ중공업 제공

◆ 잘못된 투자였나…HJ중공업 지분법손실액 46억 원 달해

지분법으로 인식하는 회사도 문제를 일으키는 모양새다. 한국토지신탁의 2분기 지분법손실은 39억 원이다. 전년 2분기에는 140억 원 흑자를 냈으나 179억 원이나 규모가 줄었다. 전년 동기(197억 원)와 비교하면 236억 원 감소했다.

동부건설 관련 지분법이익이 5억 원으로 집계됐다. 차정훈 회장은 과거 동부그룹이 동부건설을 매각할 당시 한국토지신탁을 통해 10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다. 한국토지신탁은 키스톤PE와 함께 펀드를 조성해 동부건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지난 1분기에는 183억 원 이익을 안겼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인해 이익률을 대폭 줄였다.

HJ중공업의 경우 적자가 심화되며 지분법손실을 키웠다. 2분기 HJ중공업의 지분법손실액은 46억 원에 이른다. 앞서 한국토지신탁이 동부건설 컨소시엄과 HJ중공업 인수에 나섰을 당시부터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각을 보냈다. 지난해 9월 한국토지신탁은 에코프라임마린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 합자회사에 850억 원을 출자했고, 이는 한진중공업 지분 66.85% 인수에 사용됐다.

한국신용평가는 동부건설 컨소시엄에 포함돼 한진중공업을 인수한 한국토지신탁 관련 분석보고서에서 "한진중공업은 높은 부채비율 등 열악한 재무현황을 보이고 있어 경영 정상화와 관련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한진중공업 재무구조가 미흡하며 높은 이익 변동성이 지속되는 점을 봤을 때 추후에 추가적인 재무부담이 나타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전망했다.

◆ 주가 1600원 대 고전…투자자들, 임원진 고액 연봉 '비난'

실적에 대한 아쉬움이 이는 가운데 주가도 고전하고 있다. 22일 오전 10시 기준 한국토지신탁은 전 거래일(1705원) 대비 1.47%(25원) 하락한 168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의 PER(주가수익비율)은 3.07배 수준이다. 실적이 하락세라 할지라도 동일업종 PER이 11.83배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평가 돼있는 셈이다.

주가는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토지신탁 임원진들은 고액의 보수를 챙겨가며 투자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에서는 차정훈 회장을 비롯해 총 3명이 상반기에만 5억 원 넘는 금액을 안았다. 차정훈 회장은 올해 상반기 보수로 21억5000만 원을 챙겼다. 급여 6억1100만 원에 상여 15억3400만 원, 기타 근로소득이 500만 원 수준이다. 지난해 1년간 차 회장이 보수로 받은 18억2600만 원보다도 3억 원 넘게 많은 액수다.

한국토지신탁은 공시를 통해 "평가대상년도의 경영성과는 단기성과와장기성과로 구분하며, 2021년도 단기성과는 수수료수익,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평가한결과 55점 중 55점, 장기성과는 수주금액을 평가한 결과 45점 중 51.52점을 득하여, 총 100점 중 106.52점을 득하였다"며 성과급지급률은 경영성과 점수를 백분율로 환산한 값으로, 106.52%"라고 설명했다.

최윤성 부회장은 급여 3억700만 원, 상여 7억6700만 원, 기타 근로소득 700만 원 등 10억8100만 원을 수령했다. 김정선 사장은 급여 2억400만 원, 상여 5억1100만 원, 기타 근로소득 400만 원을 받았다. 도합 7억1900만 원 수준이다. 임원 세 명의 보수만 해도 39억5000만 원, 40억 원에 이른다.

현재 온라인 증권 토론실 등에는 "회장은 반기 동안 20억 원을 해먹나. 경쟁사인 한국자산신탁은 총 인건비가 200억 원인데 도대체 경영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임원들은 주가 부양에는 관심 없고 본인들 주머니 챙기기만 바쁜 듯하다" 등의 지적이 빈번히 눈에 띈다.

임직원 연봉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과 관련해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임원 보수의 경우, 현재 기준의 단기 수익도 중요하지만 수주라는 개념에도 주안점을 둔다"며 "미래에 대한 수익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진한 주가에 관해서는 "당사는 부동산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사실상 금융 투자업자다. 실적과 주가가 연동되는 주식은 아니다. 다만 어느정도 시장 흐름에 대한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garde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