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연봉킹…증권사들 성과급 이연지급 제도 채택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의 상반기 보수는 급여 4억2440만 원, 상여 46억6477만 원을 포함해 총 50억8917만 원으로 확인됐다. /이선화 기자 |
[더팩트|윤정원 기자]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에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가장 많은 보수를 챙겼다. 불법 공매도 논란으로 벌금과 더불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거래시스템 전산장애로 대국민 사과까지 나섰던 정일문 회장은 마치 위로를 받듯 주머니를 두둑이 채웠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의 상반기 보수는 급여 4억2440만 원, 상여 46억6477만 원을 포함해 총 50억8917만 원으로 확인됐다. 보수 2위를 차지한 최현만 미래에셋증권(급여 8억3300만 원‧상여 26억5000만 원 등 총 34억8400만 원)과도 16억 원 넘게 차이가 난다. 증권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업계를 통틀어서도 1위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지난해보다 보수가 크게 뛰었다.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은 총 22억1600만 원을 수령하며 증권업계 '톱3'에 들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도 상반기에 20억8200만 원을 받았다. 이어 상반기 보수로 10억 원 이상을 수령한 증권업계 CEO로는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18억1600만 원) △김원규 이베트스투자증권 대표이사(13억4400만 원) △궈밍쩡 유안타증권 대표이사 사장(13억2800만 원) 등이 있다.
정 대표이사가 받은 고액의 보수는 한국투자증권의 아쉬운 상반기 성적표와는 사뭇 대조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4189억3100만 원, 순이익 3486억70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40%가량씩 줄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실적은 더욱 암담하다. 한국투자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은 1305억72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51% 감소했다. 순이익은 68.21% 쪼그라든 740억2000만 원에 그쳤다.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및 금리상승 등 영향으로 증시 부진이 지속한 탓에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정 대표이사가 저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높은 보수를 챙기게 된 것은 증권사들이 성과급을 이연지급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이사의 상여는 △2021년분(41억5918만 원) △2020년분(1억7467만 원) △2019년(2억4300만 원) △2018년(8256만 원) 등으로 구성됐다. 전체 상여금의 89.16%가 증시가 최대 호황을 누렸던 작년 성과분이다.
다만, 정 대표이사가 높은 보수를 챙긴 데 대해 일부 동학개미들은 다소 배가 아프다는 반응이다. 약세장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개미 투자자들의 상황과 너무도 다르다는 토로다. 더욱이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8~9일 시스템 전산 장애로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정 대표이사까지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신속한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보상 민원에 대한 답변은 오는 26일 하겠다고 밝히며 다소 느슨해진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 소액 투자자는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에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obile Trading System‧MTS)로 문제를 일으켰는데 올해도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면서 "시스템 개선에는 나서지 않으면서 연봉킹이라는 뉴스들만 쏟아지니 좀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는 "잘못한 건 한국투자증권인데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직접 증빙할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게 불편하다. 정확한 보상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라고 불평했다.
딱 1년여 전인 지난해 8월 6일 카카오뱅크 신규 상장 첫날 한국투자증권에서는 많은 거래가 있었다. 하지만 MTS 로그인이 개장 1시간 30분이 지나도록 원활하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표 주관사 KB증권 다음으로 많은 일반 투자자 청약 물량을 받았으나 고객 수요를 감당하지 못 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계좌조회가 계속 튕기고 서비스 지연창이 뜬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불법 공매도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월 23일 자본시장법 108조 1항의 공매도 제한 규정을 위반으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태료 10억 원을 부과받은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개한 '공매도 위반 종목 및 수량' 문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938개 종목, 1억4089만 주에 대한 공매도 과정에서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직원의 실수로 차입 공매도를 할 때 공매도 표기를 하지 못 했다. 하지만 불법이 아니고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여론의 눈총은 따가워졌다. 더욱이 공매도 표기 누락 종목에 500만 개미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약 2552만 주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은 더욱 격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과태료 자진 납부로 20%를 감경받았고 8억 원을 납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