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와 내부통제 개선 방안 강구"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700억 원대 횡령사고가 가능했던 배경으로 우리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꼽았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700억 원 규모 횡령사고가 가능했던 배경에대해 내부통제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25일 브리핑을 열고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소속 직원 전모씨가 횡령한 회삿돈이 총 697억3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검사 결과 전 씨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A사 출자전환주식과 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등을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8회에 걸쳐 약 697억3000만 원을 횡령했다.
첫 범행은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A사의 출자전환주식 42만9493주 무단인출이다. 당시 전씨는 출자전환주식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고, 한국예탁결제원 예탁관리시스템에서 A사 주식을 출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훔친 주식은 시가로 23억5000만 원에 달한다.
또한 전 씨는 대우일렉 지분 매각 진행과정에서 몰취한 계약금을 관리했다. 직인을 도용해 출금하거나, 관련 공·사문서를 위조해 출금결재를 받는 방식으로 3차례에 걸쳐 약 614억5000만 원을 가로챘다.
이밖에도 대우일렉 인천공장 매각추진 과정에서 몰취한 계약금과 각종 환급금을 신탁사 등 예치기관에 출금요청 허위공문을 발송해 총 4차례에 걸쳐 약 59억3000만 원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횡령자의 개인 일탈이 주된 원인이지만,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형 시중은행의 본부부서에서 8년 간 거액이 빠져나간 데다, 우리은행 측에서 해당 사실을 오랫동안 몰랐기 때문이다.
전 씨는 통장과 직인을 모두 관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전 씨가 정식결재 없이 직인을 도용해 예금을 횡령했으며, 결재 방식 역시 전자결재가 아닌 수기결재였다. 문서 전산등록도 하지 않아 결재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한 결재전 사전확인이나 사후점검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인사관리시스템도 지적했다. 전 씨는 10년 이상 동일 부서에서 같은 업체를 담당했다. 통상적으로 은행에서는 금융사고와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순환근무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이 기간 전씨는 명령휴가 대상에도 선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전 씨는 무단결근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 씨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허위로 파견을 간다고 보고하며 무단 결근했다. 보고는 전씨가 직접 담당 부서장에게 구두로 전달했지만, 문서는 남아있지 않았다.
이외에도 △문서관리 △이상거래 모니터링 △출자전환주식 관리 등을 문제로 꼽았다.
금감원은 "검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엄밀한 법률검토를 거쳐 사고자와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금융위와 함께 향후 은행권 등 금융권에서 이러한 거액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