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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PE, 한샘 '새판짜기' 암울…대리점 무면허는 관행?
입력: 2022.07.12 00:00 / 수정: 2022.07.12 00:00

주가 부진 지속…11일 종가 6만200원 그쳐

지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인수한 한샘이 실적난에 시달리고 있다. /더팩트 DB
지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인수한 한샘이 실적난에 시달리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품에 안긴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이 고전하고 있다. 주택 매매 거래 급감 속에 실적과 주가는 맥을 못 추는 형국이다. 지난해 일었던 대리점 무면허 논란에 대한 대책도 부족한 모습이다.

◆ IMM PE 전면 배치, 독 됐나…한샘 임직원 사기 '뚝'

지난해 10월 조창걸 한샘 전 명예회장은 자신과 특수관계인 7명의 보유지분을 IMM PE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주식은 보통주 662만 주(27.7%)로, 매매대금은 1조4514억 원 규모였다. 같은 해 12월 열린 임시주총에서 송인준 대표를 포함한 IMM PE 소속 임원들이 한샘 이사회 전면에 배치됐다. 이어 올해 1월에는 김진태 지오영그룹 총괄사장을 대표집행임원으로 선임됐다. 김진태 대표는 실질적인 한샘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경영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주인이 바뀐 한샘은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260억 원, 영업이익 100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 1분기보다 매출은 4.9%, 영업이익은 60.2% 줄어든 규모다. 1분기 순이익은 17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감소했다. 특히 홈리모델링(-13.7%)과 홈퍼니싱부문(-13%) 매출이 떨어진 영향이 컸다.

"주택 매매 거래 급감 및 주요 거시경제지표 하락과 함께 매출이 떨어졌다"는 게 한샘 측의 설명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매매거래량은 13만8349건으로 전년 동기(27만9809건) 대비 50.5% 감소했다. 최근 3년 1분기 평균인 약 25만 건보다 44.7%가량 적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팔린 아파트는 392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5875건)의 24.6%에 그친다.

하지만 실적 악화 요인을 쪼그라든 주택 매매 거래량에서만 찾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IMM PE로 한샘의 경영권이 옮겨간 이후, 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탓이란 지적이 우세하다. 인력 유출도 컸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샘 직원 수는 2244명으로 전 분기보다 11.6%(296명) 줄었다. 1년 전과 견주면 14.7%(388명)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한샘 측에서는 인력 유출이 아닌, 소속 이동에 따른 인원 수 변동이라는 견해지만 시장의 해석은 판이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테리어 업계에서 경쟁력은 시공관리 인력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력 풀도 좁다. 영입 과정에서 '상도의'를 가장 많이 따지는 곳이 인테리어 업계"라면서 "자회사인 한샘개발로 적을 바꾼 인원이 많다고는 하지만 회사를 떠난, 떠날 임직원들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 측에서는 현재 나가는 사람 아쉽지 않다는 듯이 구는 것으로 안다. 회사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쉬이 내색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진태 대표가 위기 극복을 위해 최저임금을 받겠다고 공언한 것이 무색하게 한샘의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 하는 추이다. /한샘 제공
김진태 대표가 위기 극복을 위해 최저임금을 받겠다고 공언한 것이 무색하게 한샘의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 하는 추이다. /한샘 제공

◆ 증권가, 목표주가 줄하향…"김진태, 최저임금 받다 쫓겨날 듯"

한샘의 실적 부진은 1분기에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IMM PE가 올해 초 추진한 홈인테리어 사업의 부문 승격, 디지털 전환 부문 신설을 통한 온라인 가구 판매 강화가 모두 통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김진태 대표는 리모델링과 홈퍼니싱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집 꾸미기에 관심 있는 고객이라면 정보탐색 과정부터 한샘을 거치도록 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트래픽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지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을 듯하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강자인 플랫폼 오늘의집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한샘은 호재가 예상되는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대 기업) 부문에서도 동력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 한샘·현대리바트·에넥스·넵스 등은 지난달 24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아파트 특판가구 입찰 과정에서 담합했다는 혐의다. 특판가구는 빌트인가구로, 가구업계 B2B 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해당 조사와 관련해 한샘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 조사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고 답했다.

난항이 점쳐지는 가운데 주가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11일 한샘은 전 거래일(6만800원) 대비 0.99%(600원) 하락한 6만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소폭 상승하는 모습도 모였으나 이내 줄곧 하락세를 탔다. 앞서 사모펀드에 인수될 가능성이 대두하던 때부터일까. 한샘은 지난해 7월 16일 14만9000원을 호가한 이래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하락폭은 더욱 커졌다. 현 주가는 52주 최저가인 5만9700원과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시가총액은 1조4167억 원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도 계속해 한샘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달 5일 기존 10만 원이었던 목표 주가를 8만 원으로 20% 내렸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규제와 시장 침체로 인한 거래 부진, 리오프닝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한샘의 목표주가를 기존 11만2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6% 하향했다.

다올투자증권도 지난 4월 한샘의 목표주가를 기존 16만 원에서 11만5000원으로 28% 낮춰 잡았다. 라진성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아파트 매매거랴량 감소와 원재료 가격 상승 등 불리한 요인들이 장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달 현대차증권도 목표주가를 기존 14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21.4% 낮췄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주택 매매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인테리 수요에 영향을 줬다"며 "일부 리하우스 대리점 등이 성과 저조에 재계약을 안함에 따라 매장이 축소된 영향도 있다"고 했다.

현재 온라인 증권 커뮤니티와 종목 토론실 등에서 투자자들은 "경영진들은 주가 관리 좀 해라. 차라리 상장폐지를 시켜라", "이제 5만 원대가 코앞이다" 등의 토로를 쏟아내고 있다. "무상증자나 자사주 소각 말고는 답이 없다", "지금 분위기로 봐선 김진태 대표 최저시급 받다가 쫓겨날 것 같다. 한샘이 왜 이리 망가진 건가"라는 식의 비판도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회사의 월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10% 이상 증가하거나 주가가 10만5000원에 도달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대리점 무면허 여전…한샘 서비스 '책임 시공'으로 대처

한샘에 대한 불만은 주식 투자자들에 국한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아우성도 만만찮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하자가 생겨도 한샘 측이 고객 응대만 하고, 수리는 차일피일 미룬다는 식의 토로가 왕왕 눈에 띈다. 하자 불만 등이 수차례 불거지며 한샘은 지난해 4월 대리점·협력사 불만접수센터와 소비자 불만제로 심의위원회까지 신설한 상태다. 분기별로 한 번씩 회의를 진행하는 구조다.

다만, 현재 한샘 측에 접수된 불만 건수 등은 집계하기 어렵다. 한샘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루트가 다양해 모두 카운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대표적인 것은 콜센터이고, AS에 관해서는 한샘서비스닷컴에도 게재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매일 CS(Customer Service)실이나 소비자 보호실에서 불만 사항 처리 업무를 맡는다. 소비자원에서 이관된 것 등 비판적인 부문은 소비자 불만제로 위원회에서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하자 보수 늑장 대응 논란 외에도 한샘은 도마 위에 오른 전적이 있다. 한샘은 지난해 9월 리하우스 대리점의 92%가 실내건축 면허가 없는 무면허 업체라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1500만 원 이상 인테리어 공사를 하려면 실내건축 면허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약 10개월이 지난 현시점에도 이렇다 할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샘 관계자는 "면허 취득이 쉽게 되는 게 아니다. 최소 4종~최대 8종이 필요하고, 종류마다 2명을 고용해야 한다. 실내건축협회에 디파짓(Deposit·예치금)을 5000만 원씩 내야 한다"며 "대부분의 대리점이 영세한 상황에서 면허 취득은 사실상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한샘 측에서는 대안책으로 '책임 시공'을 내걸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 자회사인 한샘 서비스에 시공을 맡기도록 하고 있다. 대리점들은 설계, 영업만 담당하고 직접 시공을 하지 않는 구조로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한샘에 대한 논란이 지속할 경우 향후 IMM PE의 엑시트(Exit·자금회수) 과정이 평탄치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 및 주가 하락세 속에서는 제대로 된 몸값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잠재적 대주주 롯데쇼핑 입장에서도 한샘을 눈독 들이지 않을 수 있다. 롯데쇼핑은 SI(전략적 투자자)로 나선 상태로, 현재 약 5%의 한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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