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신뢰감 떨어뜨리는 결과"
버거 프랜차이즈 한국맥도날드가 지난해 '빨대 은퇴식'을 진행했지만, 일부 매장에서는 여전히 포장과 배달 주문 음료를 제공할 때 플라스틱 빨대를 지급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버거 프랜차이즈 한국맥도날드(이하 맥도날드)가 지난해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통을 없애고 고객 요청 시에만 제공하는 '빨대 은퇴식'을 진행했지만, 일부 매장에서는 여전히 포장과 배달 주문 음료를 제공할 때 고객의 요청 없이 플라스틱 빨대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는 일부 매장의 경우 고객 편의 차원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빨대 퇴출 선언과 상반된 행보다.
◆ 맥도날드,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통은 없앴는데…포장·배달에는 빨대 사용?
<더팩트> 취재진은 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맥도날드 매장을 방문했다. 매장 내에는 플라스틱 빨대 통이 보이지 않았다. 고객들은 다회용 컵을 이용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취재진이 매장 내 키오스크를 통해 밀크셰이크 메뉴를 포장하자 '빨대가 필요한지'를 묻지 않고 결제가 완료됐다. 카운터에서 받은 밀크셰이크에는 기존 플라스틱 빨대가 제공됐으며 왜 별도로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포장 제품이나 밀크셰이크 등 음용이 어려운 제품에만 빨대가 제공되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이날 배달 플랫폼을 통해 서울 강서구의 한 매장에서 사이다를 주문했다. 이곳 역시 별다른 요청 없이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맥도날드는 2020년 10월 업계 최초로 빨대가 필요 없는 음료 뚜껑 '뚜껑이'를 전국 매장에 도입했으나 배달된 음료에는 '뚜껑이' 대신 얇은 비닐이 덮혀 있었다. 이에 배달 주문을 한 고객들은 "뚜껑을 제대로 밀봉 안 해서 음료가 다 흘러서 왔다", "콜라가 현관 바닥에 다 흘러 청소했다" 등의 리뷰를 남겼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빨대 없는 매장을 저희가 선제적으로 도입했고 사용량을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고객 편의 차원에서 고객이 요청하고 매장에서 보유하고 있으면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통을 없애고 고객 요청 시에만 제공하는 '빨대 은퇴식'을 진행했다. 또 맥도날드는 지난 4월, 2020년 '뚜껑이' 도입 이후 현재까지 총 114.6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을 감축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일부 매장에 음료를 필름으로 밀봉하는 기계를 설치해 올해 1분기 3개월간 12.5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이달부터 전국 매장 내에서 일회용 식기류 대신 다회용기를 제공함에 따라 올해에만 약 9.54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일 서울 강남구와 강서구의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포장이나 배달용 제품에 플라스틱 빨대가 지급됐다. /이선영 기자 |
◆ 맥도날드 플라스틱 빨대 규제 기준 명확하지 않아…소비자 혼란 우려
하지만 맥도날드는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하는 것 외에 포장과 배달 시에 제공되는 플라스틱 빨대에는 별도의 규제를 하고 있지 않아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맥도날드가 빨대 은퇴식까지 했다면 이후에도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환경에 대해 설명하면 충분히 이해한다. 겉으로는 (빨대 은퇴식을) 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오히려 맥도날드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포장과 배달 음식 등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생활 폐기물 문제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생활 폐기물은 2009년 188톤에서 2018년 323톤으로 7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선언되면서 플라스틱 문제는 최근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택배·음식 배달이 전년 대비 각각 20.9%, 78% 급증하면서 폐플라스틱 규모의 경우 전년 대비 18.9%, 폐비닐도 9%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2019년 기준 9억8900만 개가 사용됐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통을 없애고 고객 요청 시에만 제공하는 '빨대 은퇴식'을 진행했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
◆ 맥도날드 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기업들, 플라스틱 빨대 대체 기준 모호
맥도날드를 포함한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모든 제품에 플라스틱 빨대를 없앴을 때 대체할 만한 방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체제로 떠오른 종이 빨대를 사용했을 때 '흐물거리거나 냄새가 심하게 난다', '음료 맛을 바꾼다' 등의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도 있다. 옥수수 빨대나 사탕수수 빨대 등 대체 빨대를 이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며, 종이 빨대의 일부 제품은 일반쓰레기로 배출돼 소각되는 것으로 알려져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밖에도 지난 2020년에는 환경부에서 음료 제품에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부착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해당 내용은 법제화되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플라스틱 빨대 제거 시 대체할 만한 방안을 찾지 못해 최종 개정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