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신용등급 연이어 줄하향…주가도 고전
한상원 대표이사가 이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매각을 마무리짓지 못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매각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M&A(인수·합병) 시장에서 한때 8조 원을 호가했던 한온시스템이지만 실적 악화에 신용등급 하향까지 겹치며 매각 작업은 지지부진한 형국이다. 남양유업과의 분쟁으로 피로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앤컴퍼니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온시스템 숙제까지 안은 분위기다.
◆ 국내 3대 신용평가사, 한온시스템 신용등급 하향조정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3일 한온시스템 정기평가를 통해 신용등급을 종전 'AA'에서 'AA-'로 낮췄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투자 및 M&A 자금 소요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와 전방 완성차 생산차질, 고정비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점 등을 등급 조정 이유로 밝혔다.
앞서 이달 9일 한국기업평가와 지난달 27일 NICE신용평가 등도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조정했다. 해당 신용평가사들도 전방 완성차 회사의 생산 차질과 원재료 가격 및 운송비 증가 등으로 한온시스템의 사업실적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온시스템의 수익성은 눈에 띄게 저하된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차질로 분기별 가동률이 하락 추세를 보였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공급망 경색에 따른 운송비 증가, 수급불균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따른 주요 원재료비(알루미늄 등) 급등까지 더해졌다.
한온시스템의 지난 2021년 기준 연간 영업이익은 3258억 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부진했던 2020년(3158억 원)과 유사한 수준에 그친 바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4.4%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률은 1.5%까지 하락했다.
투자 및 M&A 자금 소요로 재무부담도 확대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지난 2019년 3월 E&FP(마그나인터네셔널 유압제어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약 1조3000억 원을 지출했다. 해외 생산설비 확장, 친환경차량용 부품 개발 및 고도화 등으로 연평균 CAPEX(설비투자 자본지출) 또한 6000억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단기간 내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인 반면, 연간 약 6000억원 규모의 CAPEX와 3000억 원 내외의 금융비용(배당금 및 지급이자 등) 등의 자금 소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간 내 자금잉여 창출과 이를 통한 재무부담 경감 등 유의미한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수요 회복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공급물량 증가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 효과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등에도 원재료 가격 상승세, 물류비 증가 등으로 올해 수익성 개선은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지난 24일 한온시스템은 95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최근 1년간(2021년 6월 24일~2022년 6월 24일)의 한온시스템 주가 추이.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갈무리 |
◆ 한온시스템 주가 추락세…52주 신저가 경신까지
실적 악화 속에 한온시스템의 주가도 계속해 고꾸라지는 형국이다. 한온시스템의 지난 24일 기준 종가는 9580원, 시가총액은 5조1138억 원이다. 지난해 1월 8일 2만200원을 호가했던 한온시스템은 이달 23일 936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24일 장 초반에도 9360원을 한 차례 찍었으나 가까스로 소폭 반등하며 9500원 대에 안착했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6월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매각 대상은 한앤컴퍼니(50.50%)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9.49%)가 보유한 지분 총 69.99%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5년 6월 한온시스템(당시 한라공조) 지분을 약 3조9400억 원에 함께 매수했다. 당시에는 국내 PEF 운용사가 진행한 인수합병 거래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지난해 매각이 거론되던 초창기에는 경영권 프리미엄 약 1조 원을 보탠 8조 원이 한온시스템의 몸값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주가 하락이 지속하며 현재 한온시스템의 가치는 프리미엄을 더한다 하더라도 4조5000억 원 수준에 그치게 됐다.
한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의 경우 이름까지 바꾸며 10년 이상을 들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경영 참여형 PEF 운용사로, 주가 하락세 속에 한온시스템 매각을 급히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또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과 인플레이션 등 여러 악재가 한온시스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한온시스템 주가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매각 시기는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상원 대표이사가 진두지휘하는 한앤컴퍼니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주식매매계약(SPA)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임영무 기자 |
◆ 한상원 vs 홍원식 격돌…남양유업 소송도 현재진행형
한앤컴퍼니가 들고 있는 과제는 한온시스템 매각에 국한하지 않는다. 현재 한앤컴퍼니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남양유업 주식매매계약(SPA) 이행에 관한 문제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가 직접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까지 했다.
현재 한앤컴퍼니와 홍 회장은 백미당 분리와 오너일가 처우 등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홍 회장은 주식 매각에 있어 본인과 가족들의 처우 보장과 백미당 분사가 계약의 전제 조건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한앤컴퍼니와 맺은 계약이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쌍방 대리'로 이뤄졌고, 이는 계약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 측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또 백미당 분사나 별도합의서 등 이면 계약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쌍방 대리는 당사자들이 인지 및 동의한 사항이며 기업 인수합병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아울러 쌍방 대리가 아닌 '쌍방 자문'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향후 재판이 종결될 때까지 지켜보긴 해야겠으나 현재 시점에서는 한앤컴퍼니 측이 승기를 쥐고 있다는 데 시장의 의견이 모인다. 다만 재판이 한앤컴퍼니의 승리로 끝나더라도 장시간동안 남양유업과의 다툼에 시간과 인력 등을 할애한 점, 계약 불이행 논란으로 신뢰도가 추락한 부분 등은 한앤컴퍼니에 부정적인 평가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오는 7월 5일에는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3명과 남양유업 총무팀장, 한앤컴퍼니 임원 2명 등 6명이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들어설 계획이다. 다만 김앤장 변호사 측에서는 서면으로 질의 응답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이날은 3명의 증인이 참여한 채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