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적자 전망…"OLED 전환 속도 내야"
LCD 단가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LCD 비중이 높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2분기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한예주 기자]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택근무, 비대면 교육 효과로 급증했던 디스플레이 수요가 대면활동 재개로 급감하고 있어서다. 패널 수요가 줄어들자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을 견인하는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LCD 사업에서 손을 떼는 추세다. 사업 철수로 확보한 여력은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국내 기업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LCD 생산 라인을 상당기간 유지하기로 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LCD 비중이 높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2분기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체 디스플레이 매출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1331억8000만 달러(약 171조7620억 원)가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에 전체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매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늘어났다. 지난 2020년 전년 대비 14% 늘었고, 지난해에는 26%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일상 회복을 위한 대면활동이 재개되면서 디스플레이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TV용 LCD 패널 매출이 가장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옴디아가 전망한 올해 TV용 LCD 패널 매출은 258억 달러(약 33조2690억 원)로, 전년 대비 32% 감소할 전망이다. 전체 TV 판매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패널 가격이 하락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LCD 공급 과잉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 BOE는 최근 TV용 LCD 패널 목표 출하량 6500만 대에서 6000만 대로 감축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출하량이 10% 이상 많다. HKC와 CSOT의 목표 출하량 전년 대비 3~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노룩스의 경우 오히려 올해 목표 출하량을 10만 대 늘린다고 밝혔다.
통계청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4년 이후 디스플레이 패널 점유율 세계 1위를 유지해왔다. 특히 2012년 기준 50.7%로, 절반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33.2%로 지난 2002년(32.1%)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저가 LCD를 앞세운 중국은 지난해 41.5%의 점유율로 디스플레이 업계 1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생산을 줄이고 OLED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매출 하락에 대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TV용 LCD 패널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LCD 의존도가 높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 LCD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65%를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얼마나 빨리 OLED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국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장단기적인 실적이 결정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은 LG디스플레 차세대 TV 패널 'OLED EX'. /LG디스플레이 제공 |
LCD 비중이 높은 탓에 LG디스플레이의 2분기 실적 전망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2분기 영업손실 134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17개 증권사 예상치 평균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은 6조4486억 원으로 추산된다. DB금융투자는 2분기 LG디스플레이가 영업손실 261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8개 분기 만에 적자를 낼 것으로 우려된다"며 "실적이 부진했던 1분기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얼마나 빨리 OLED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국 LG디스플레이의 장단기적인 실적이 결정될 수 있다고 평가하는 중이다. LCD 가격에 따라 실적이 결정되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요와 가격 결정권이 있는 OLED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D 매출 비중이 높은 LG디스플레이에게는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LG디스플레이 역시 OLED에 집중하며 지속적으로 LCD 비중을 줄여오고 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을 때 삼성디스플레이 대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자발광 패널로의 전환이 확실시 되는 만큼 LCD 패널 단가하락이 미치는 영향 역시 단기간 내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올해의 경우에는 삼성보다는 LG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 역시 OLED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화면 밝기(휘도)를 30% 높인 OLED 패널 신제품을 지난해 말 선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된 LCD 사업은 경쟁 우위가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며 "하이엔드 고부가 IT와 같이 지속적으로 차별적 우위를 점하는 부문은 더욱 강화하고, LCD TV 사업은 경쟁력을 보유한 제품 외에는 단기적으로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