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가치·윤리경영 등 평가 지표도 낙제점?
한국마사회는 정부가 발표한 '2021년 공공기관 경영실적'에서 '미흡(D)' 등급을 받았다. 사진은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 /뉴시스 |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한국마사회가 지난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높은 'D' 등급을 받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경영진들의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은 회장직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책임을 피하게 됐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시급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가 20일 공개한 '2021년 공공기관 경영실적'을 보면 한국마사회는 '미흡(D)' 등급을 받았다. 한국마사회는 전년도 '아주 미흡(E)' 등급에 이어 이번에 'D' 등급을 받게 됐다. 2년 연속 'D' 등급 이하를 받은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해임 건의 대상이 된다. 다만 재임 기간이 6개월 미만의 기관장은 제외되는데, 지난 2월 취임한 정기환 회장은 근무기간이 6개월을 넘지 않아 해임 건의 대상이 아니다.
기재부는 이번 평가에서 사회적 가치에 큰 비중을 두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리경영과 복리후생 제도 운영, 주요사업 정책에 대한 성과 등을 평가 지표로 삼았다. 다만 기재부는 코로나19로 인해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이 영향을 받은 점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마사회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공공기관 중 한 곳이다. 한국마사회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매출 7조3937억 원, 영업이익 1204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매출은 1조1018억 원으로 곤두박질쳤으며, 4604억 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매출 1조614억 원, 영업손실 4179억 원으로 적자폭은 줄였지만 매출은 감소했다.
지난 2년간 손실규모가 8700억 원을 넘었다. 이는 지난해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정상 영업활동을 하지 못한 결과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단이 한국마사회의 경영환경을 감안하고도 'D' 등급을 주었다면 마사회는 사회적 가치와 윤리경영, 복리후생 제도 등의 평가 지표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김우남 전 회장의 폭언·부당채용 논란과 경영진들의 황제승마, 고객만족도 조작 등으로 비난을 받았다. /더팩트 DB |
마사회는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부정적인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김우남 전 한국마사회 회장은 폭언과 부당채용 등으로 논란을 빚어 지난해 10월 해임됐다. 또 경영진들의 황제승마, 고객만족도 조작 등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정기환 회장은 취임 두 달 뒤인 지난 4월 21일 국민 신뢰 회복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상생적 경마산업 생태계 구축, 생명·안전 최우선의 경마현장 조성,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전환, 말산업 저변 확산, 마사회 조직구조 혁신 등이다. 정기환 회장은 한국마사회의 미래 성장동력인 온라인 마권 도입에도 힘을 쓰고 있지만, 혁신안에는 국민 신뢰 회복과 사회적 가치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기환 회장의 경영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공개 다음날은 21일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그는 "공공기관 평가를 엄격히 하고 방만하게 운영돼 온 부분은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이 작지만 일 잘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공공기관의 평가 중심을 사회적 가치보다는 효율 경영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생산성을 핵심 지표로 삼고 있지만 정기환 회장은 경영 활동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경영인보다는 농민운동가로 꼽힌다. 앞서 정기환 회장은 한국가톨릭농민회 부회장, 가톨릭농민회 국제연맹 회장을 맡으며 농민운동을 펼쳐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농정개혁위원회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위원으로 일했고 한국마사회 상임감사를 역임했다. 정기환 회장은 문재인 정부 막바지인 지난 4월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임명됐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