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27일부터 가격 인상…업계 "인상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유니클로가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이 같은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유니클로 홍대점 모습. /더팩트 DB |
[더팩트│최수진 기자] 일본 대표 브랜드 유니클로가 국내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가운데, 이 같은 결정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원자재, 물류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가 전략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SPA(제조·직매형)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공식 홈페이지에 '일부 제품 가격 조정 안내' 공지를 게재했다. 오는 27일부터 일부 품목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는 내용이다. 적용 품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플리스 △다운재킷 △히트텍 속옷 △스웨터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유니클로는 "일상복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 여러분께 제공해드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국제 원자재, 물류비, 운송비 등이 인상되면서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라며 "유니클로는 시장의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가격책정에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고객 여러분께 더 나은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상 품목에 대해서는 우리도 공유받은 게 없다"라며 "홈페이지 공지 내용이 전부"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니클로의 가격 인상 결정이 패션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패션회사가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타격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국제 운송비가 치솟고 고유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글로벌 시장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면화 등 원자재 가격까지 올랐다.
이랜드,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SPA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기업들은 현재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리스크는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이랜드 제공 |
특히, 주요 SPA 브랜드가 그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SPA 브랜드의 강점은 가격"이라며 "소비자에게는 저가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더 크게 다가오는 셈이다. 3만 원짜리 티셔츠와 30만 원짜리 티셔츠가 각각 1만 원씩 올렸는데 어디가 더 타격을 받겠나. 같은 변화라고 해도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SPA 브랜드가 더 크다"라고 설명했다.
스파오 브랜드를 운영 중인 이랜드는 현재 가격 인상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추후 상황이 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라며 "올해 가격을 올린 적 없고, 하반기에도 특별한 인상 계획은 없지만 상황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잇세컨즈 브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상황을 살피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SS(봄·여름)시즌 상품은 이미 판매가 되고 있어서 큰 영향은 없지만 앞으로도 원자재 가격이 뛰거나 그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FW(가을·겨울)시즌 상품에 대해서는 가격 인상 리스크가 존재한다"라며 "지금 당장 유니클로처럼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지만 내부에서 상황을 계속 살피고 있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탄력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나 원자재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업계 전반이 이에 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라며 "현재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 곳들도 하반기에 일부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물류 배송 관련한 부분이나 전반적인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지 않나. 물류 관련 리스크가 커지면 배송뿐 아니라 제품을 보관하는 것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여기에 면화 가격이 오르는 등 영향을 받는 게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대한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