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임금피크제 관련 설명회 잇달아 개최…기업 대응 지원
대법원이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뒤 기업 혼란이 가중되자, 경제단체들이 대응 방안 지원 차원의 설명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합리적 이유가 없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이후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노조들이 잇달아 회사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면서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긴급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경제단체 차원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전날(9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법무법인 세종과 공동으로 '임금피크제 판결 동향 및 기업 대응 방안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 의미와 이를 둘러싼 법률적 쟁점을 살펴보기 위함으로,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의 시행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지난 8일 임금피크제 관련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과 예상 쟁점을 파악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다른 경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임금피크제 관련 세미나, 전문가 회의 등을 계획 중이다.
이처럼 경제단체들이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행사를 앞다퉈 개최하는 건 대법원 판결로 혼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대응 방안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판단이 내려진 이후 기업별로 노사 간 갈등이 커진 상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 노조들은 최근 회사 측에 임금피크제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거나 폐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해당 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정년을 그대로 두고 임금만 삭감하는 '정년유지형'을 무효의 대상으로 판단, 노사 합의를 거쳐 운영되고 있는 기업의 '정년연장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합리적 이유 없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 설명회를 열었다. /더팩트 DB |
경제단체들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로 해석되진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제도 도입 목적의 정당성,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등 노사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데 공감하며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한상의 설명회에 나선 법무법인 세종의 김종수 변호사는 "기업들이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정년연장 대응 조치로 일반적으로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며 "그러나 정년연장을 위해 도입한 임금피크제의 경우라도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 불이익 정도 등 대법원이 제시한 임금피크제 유효성 판단 기준에 맞지 않다면 무효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줄소송'이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한국노총은 현장 지침을 내려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를 독려하고 있고, 은행권 노조는 소송 제기를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재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관련 임금 청구 소송은 비교적 심리적 부담감이 적은 퇴직자와 퇴직 예정자들을 중심으로 많이 제기할 수 있다"며 "대법원 판결이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소송 제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줄소송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 내부적으로 혼란과 갈등은 더욱더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세종의 김동욱 변호사는 "임금피크제 소송 사태가 전개될 경우 승패와 상관없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워 고용 확대나 향후 고용 연장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 이후 노동계에서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과 폐지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업들은 더 큰 내부 혼란을 막기 위해 고령자에게 정년까지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고, 청년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임금피크제의 순기능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단체는 소송 움직임 등 추후 기업별로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는 동시에 정책 건의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