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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새 근무제 도입 '난항'…이유는 소통부족?
입력: 2022.06.04 00:00 / 수정: 2022.06.04 00:00

설문조사 등 객관적 지표 부족…"당분간 근무방식 갈등 지속될 것"

카카오가 메타버스 근무제 발표 하루 만에 전격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더팩트 DB
카카오가 '메타버스 근무제' 발표 하루 만에 전격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더팩트 DB

[더팩트|한예주 기자] 카카오가 '메타버스 근무제' 발표 하루 만에 전격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크루(카카오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지나친 감시라는 비판과 함께 카카오의 장점으로 꼽히던 '유연근무제'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업무 환경을 전반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설문조사 등 체계적인 의견 반영 절차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남궁훈 대표는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집중근무시간을 재검토하고, 음성 소통 여부를 테스트한 뒤 조직별로 투표해 결정하겠다"고 공지했다.

메타버스 근무제는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CAC) 산하 '공동체 일하는 방식 2.0 TF'에서 설계됐다. 근무 장소와 상관없이 가상공간에서 동료와 항상 연결돼 온라인으로 가능한 한 모든 일을 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기존 재택근무와 달리 음성 채널에 실시간 연결돼 소통하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주 4일은 이 같은 근무방식을 유지하고, 나머지 하루는 오프라인 장소에 모여 회의를 하기로 했다. 6월 말 완전 재택근무가 끝나면 7월부터는 이 같은 메타버스 근무제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소식에 전해지자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자율적으로 잘했는데, 회사가 감시하겠다는 거냐", "겉만 그럴듯한 재택근무다", '이럴 바엔 이직하겠다", "노조에 가입하자"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카카오의 메타버스 근무제가 "서로를 감시하는 구조인 판옵티콘 근무제도"라는 글이 올라왔다. 내부 관계자가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메타버스 근무제는 음성채팅 기능이 있는 소프트웨어 '디스코드'를 통해 출퇴근하는 방식이다.

작성자는 "디스코드에 접속해 8시간 동안 스피커를 켜 놓거나 골전도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내내 실시간으로 음성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무조건 근무해야 하는 '코어타임'이 생겼으며, 30분 이상 이석 시 무조건 휴가를 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유연 근무제가 도입돼 있었지만 메타버스 근무제에서는 8시간 동안 접속해야 하기 때문에 유연 근무제가 사실상 폐지된다는 것이다.

TF 내 설계에서 발표에 이르기까지 남궁 대표가 사내망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등 노력이 있었지만, 설문조사와 같은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했던 점이 이번 사내 반발로 이어진 셈이다.

업무 환경을 전반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설문조사 등 체계적인 의견 반영 절차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남궁훈 카카오 대표. /카카오 제공
업무 환경을 전반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설문조사 등 체계적인 의견 반영 절차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남궁훈 카카오 대표. /카카오 제공

발표 전 전 직원 대상 근무제 방식에 대해 투표를 진행한 네이버와 비교하는 분위기도 있다. 오는 7월부터 새 근무제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를 도입하는 네이버는 발표에 앞서 직원 47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근무제 유형 선호도를 투표에 부쳐 직원들이 원하는 방향을 사전에 조사한 바 있다. 또 근무제를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눠 직원들의 업무 방식이나 선호도를 보장해 줬다.

카카오도 뒤늦게 음성채널 접속과 관련 일정 기간 테스트를 한 뒤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사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가 원격근무제를 도입한 밑바탕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IT 업계를 중심으로 "꼭 출근하지 않아도 생산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남궁훈 카카오 대표 모두 새 근무제 도입을 두고 "어디서 일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미 업무 성과로 직원을 평가하는 체계를 만든 만큼 지나친 통제는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에도 일부 기업에서 재택근무 때 5분 이상 자리를 비우지 못하도록 알람을 체크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인사팀이 갑자기 재택근무 직원이 일을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 바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애플이 올 들어 사무실 출근 일수를 늘리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AI(인공지능) 분야 핵심 연구 인력이 이를 비판하며 사표를 내 현지에서 화제가 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달 직원들에게 "원격 근무를 하고 싶다면 사무실에서 최소 주 40시간을 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겠다면 나가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가 "시대착오적"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택근무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라 장단점에 대한 보완이 덜 이뤄졌다"며 "전통적 출근 방식이 생산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근로자 사이의 대립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 비판에 동의하는 여론이 형성되자 카카오는 "세부적인 사항은 검토 중"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는 메타버스 근무제가 본격 시행 전이고, 7월에도 베타로 시행되는 점을 들어 향후 세부적인 그라운드룰을 크루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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