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불확실성에 고용축소…임금협상 눈치싸움 치열
IT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임금 경쟁 속에 부진한 실적까지 더해지면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기존 채용 전략 손보기에 나섰다. /더팩트 DB |
[더팩트|한예주 기자] 국내 양대 'IT 공룡'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채용 전략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IT 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체를 휩쓸고 있는 '임금 인상 전쟁'이 실적 타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서다. 개발자 등 직원들의 몸값은 부쩍 높아졌는데, 사업 실적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지자 기존 공격적이라고 평가받아 온 양사의 채용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채용전략을 전면 재정비한다. 올해 채용 인원을 평년 수준으로 축소하면서 사업 부서에 바로 배치할 수 있는 경력 채용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규모는 지난해 설립 이래 최대 규모였던 1100여 명 대비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카카오 역시 1분기에만 임직원 800명을 늘리는 등 채용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지만, 최근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 같은 채용 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게임업계와 유니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 경쟁이 벌어졌는데, 그게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임금 인상을 미뤄오던 포털 업계도 인상 대열에 뛰어들면서 실적에 타격이 오자 계획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분기 네이버와 카카오는 시장 전망치보다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공개하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각각 1조8452억 원, 1조65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성장했으나 전 분기 대비 5% 안팎의 매출 감소세를 보였다.
네이버는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공격적으로 고임금 개발자를 채용한 데다 최근 노조와 임금 협상을 통해 연봉 재원도 10% 늘렸기 때문이다.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최수연 대표는 "올해부터 인건비 등 비용 효율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했다.
카카오의 인건비도 늘어났다. 1분기 영업이익이 1587억 원으로 성과급 등 인건비 지출이 많았던 작년 4분기에 비해 크게 늘었으나 영업비용(1조4930억 원)은 36% 늘었다. 이 중 인건비는 전체의 23%(4120억 원)를 차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지만, IT 업계 안팎에서는 '사람이 곧 경쟁력'이라 우수인력 유치, 내부 사기 진작을 위한 연봉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남궁훈 카카오 대표 모습. /네이버, 카카오 제공 |
지난해 네이버의 평균 연봉은 1억2915만 원에 달하며, 올해는 10% 더 인상했다. 카카오의 경우는 지난해 직원들이 평균 1억7200만 원의 연봉을 수령했으며 올해 임금 인상률도 15%로 네이버보다도 더 높다. 지난해 3300여 카카오 직원의 급여 총액은 5180억 원으로 전년(2920억 원) 대비 무려 77%나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하게 경영 환경이 변했다. 코로나19 일상 회복 전환과 금리 인상 여파로 전 세계 IT 업계에서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 등에 따른 성장 둔화와 대내외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채용 다이어트를 통해 선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비전공자 공채 신설'과 같은 채용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경쟁적으로 젊은 인재들을 입도선매하던 분위기와는 확 달라졌다. 신입 채용을 줄이고 경력 개발자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해외 IT업계는 개발자 채용 축소와 감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메타(옛 페이스북), 아마존이 신규 채용 중단과 비용 절감 계획을 밝혔고 트위터는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빅테크인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사업 실적 악화와 정부 규제 여파로 지난 1분기부터 본격적인 감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IT 업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는 내부 홍역으로 임직원 달래기를 해야 하는 만큼, 새 경영진은 연봉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어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한번 올린 임금은 경영 상황이 나빠졌다고 내리기도 쉽지 않다"며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임금 인상 경쟁이 기업 실적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IT 업종에선 '사람이 곧 경쟁력'이라 우수인력 유치, 내부 사기 진작을 위한 연봉 인상은 불가피하다. 낮은 연봉을 주는 기업은 도태한다는 불안감도 자리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회사에서 개발자를 채용하면서 개발자간 이동이 활발해지고 있어 여전히 개발자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부 회사에서는 연봉 대신 주 4일 근무 등과 같은 복지로 개발자를 구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