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울서 잇달아 시공권 방어 성공
정몽규 HDC글 회장(사진)이 HDC현대산업개발 붕괴 아파트 전면 철거 결단을 내린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이 부산과 서울 등 사업지에서 시공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이민주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 화정 붕괴 아파트 '전면 철거' 결단을 내린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제기1구역과 부산 촉진3구역 등지에서 잇달아 시공권 방어에 성공하고 있다. 전레 없는 파격 결정이 '아이파크 보이콧'이라는 급한불 끄기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는 모양새지만, 최근 경찰이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하면서 우려는 여전한 모양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1조 원 규모의 부산 시민공원 촉진3구역 시공권을 지켰다.
부산 시민공원 촉진3구역이 지난 22일 조합 정기총회를 열고 '시공사 계약 해지 건'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합원 1512명(서면결의 포함) 중 계약 해지 찬성에 749표(49.5%)가 반대에 699표(46.2%)가 나와 안건이 부결됐다.
이 사업은 부산 진구 범전동 일대에 최고 60층 18개 동, 35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 복리시설을 조성하는 것으로 공사비는 1조 원이 넘는다.
조합은 지난 2017년 9월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최근 아이파크 보이콧 흐름에 따라 우편으로 시공권 해지를 통보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 구역 시공권 유지를 위해 조합에 △새로운 브랜드 사용 △이주비 100% 대출 △이사비 지원 △미분양 시 대물변제 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서 제기1구역 재건축 사업에서도 시공권 방어에 성공했다.
제기1구역 사업시행자인 하나자산신탁이 지난 18일 조합원 대상 '시공사 계약 유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조합원의 74%가 '시공사 유지'에 표를 던졌다.
제기1구역 재건축 정비사업은 동대문구 정릉천동로 80(경동미주아파트) 일대에 지하 2층~지상 35층 공동주택 2개 동 357가구 등을 신축하는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693억 원이다.
정 회장은 지난 4일 입주 예정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고가 난 '광주 화정 아이파크' 8개 동을 전면 철거하고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
제기1구역 역시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 훼손에 따른 재산가치 하락', '사업 지연 우려', '거주 안전성 우려' 등에 따라 시공사 교체 논의를 진행했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물품 제공 △이익금 배분 등을 제시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잇달아 시공권 방어에 성공한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고육지책'이 효과를 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 4일 입주 예정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고가 난 '광주 화정 아이파크' 8개 동을 전면 철거하고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재시공까지 소요 시간은 70개월, 손실비용은 37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준공 중이던 아파트 전체 동을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붕괴 사고가 발생한 곳은 201동 일부 층이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이같이 결단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결단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전면 철거 재시공'이라는 고뇌에 찬 결단이 우리나라의 안전 문화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전국 사업장에 부는 HDC현대산업개발 시공권 배제 움직임은 여전해서 업계 안팎이 추후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대전 숭어리샘 재건축 조합은 내달 HDC현대산업개발 계약 해지를 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여기에 최근 광주 아파트 붕괴에 대한 경찰조사가 본격화하면서 다시금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25일 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하 대표이사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정 전반을 감독할 품질 관리자를 충분히 배치하지 않아 현장 노동자 6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안전품질관리 쇄신에 나서는 등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수천억 원이 드는 재시공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흐름이 중요하다. 신규 수주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