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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폭락에 투자자 '쪽박'...1400억 '대박' 두나무 곤혹
입력: 2022.05.16 00:00 / 수정: 2022.05.16 11:30

업비트, 10~13일 루나 거래로 수수료 100억

가상자산 루나·테라USD(UST)가 모두 폭락한 가운데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지난 10~13일 루나 거래로만 100억 원 가량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석우 두나무 대표. /뉴시스
가상자산 루나·테라USD(UST)가 모두 폭락한 가운데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지난 10~13일 루나 거래로만 100억 원 가량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석우 두나무 대표. /뉴시스

[더팩트│황원영 기자] 한국산 가상자산 루나·테라USD(UST)가 연일 폭락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불어나는 가운데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가 도마에 올랐다. 다른 거래소와 달리 매매를 정지하지 않고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이 기간 업비트가 올린 수수료 수익은 100억 원대에 달한다. 게다가 지난해 두나무 자회사가 루나를 전량 매도하며 1300억 원대 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나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는 타 거래소 대비 루나 거래 입출금 중단 조치를 2일가량 늦게 단행했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업비트에서 이뤄진 루나 거래 금액은 1조9780억 원에 이른다.

한때 시가총액 10위까지 올랐던 루나는 이날 현재 실질가치 0으로 폭락한 상태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대표와 티몬 창업자 출신 신현성 대표가 공동 설립한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코인이다. 성공한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때 루나는 개당 118달러를 찍는 등 고공행진했다.

테라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됐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자산 시세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가격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 통상 법정화폐·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연동한다.

다만, 테라의 경우 안전자산이 아닌 루나를 알고리즘으로 수급조정했다. 테라 가격이 내려가면 투자자가 테라폼랩스에 테라를 예치하고 그 대신 1달러 가치의 루나를 받는 차익 거래로 테라의 유통량을 조절해 가격을 맞추는 식이다.

문제는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가상자산 시세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테라를 팔아치우기 시작한 데서 발생했다. 1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테라는 지난 10일 0.9달러대로 내려간 뒤 다음 날 0.3달러까지 떨어졌다. 루나와 공급량이 연동돼있는 만큼 루나 가격도 덩달아 폭락했다.

투자자의 패닉셀(투매)이 이어지며 루나와 테라는 종잇조각이 됐다.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자 국내외 대부분 거래소는 상장폐지 또는 거래 정지 조치를 취했다. 국내에서는 빗썸이 지난 11일 루나에 대한 입금을 막고 13일 입출금을 중단했다. 코인원은 10일 입출금 중단 후 재개했다가 13일 정지했다. 코빗도 13일 중단했다.

하지만, 업비트는 13일까지 거래를 이어갔다. 이를 통해 업비트는 99억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겼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두나무가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늑장 대응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내놨다. 두나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2조2411억 원을 올렸다. 전년(477억 원) 대비 4668% 폭증한 수준이다. 매출액도 20배 늘었는데, 전체 매출의 99.47%는 수수료 수입이었다.

루나와 테라가 폭락하면서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 대부분은 해당 코인에 대해 상장폐지 또는 거래 정지 조치를 취했다. /남용희 기자
루나와 테라가 폭락하면서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 대부분은 해당 코인에 대해 상장폐지 또는 거래 정지 조치를 취했다. /남용희 기자

게다가 두나무 자회사가 지난해 루나 처분 차익으로 1000억 원을 거둔 것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두나무 투자 전문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는 보유 중인 루나를 전량 매각했다. 앞서 두나무앤파트너스는 2018년 4월 2000만개의 루나를 취득했다. 정확한 취득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120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나무앤파트너스가 테라 프로젝트 아이디어 단계부터 투자를 진행했고 최초 발행가가 개당 120원이었기 때문이다.

매각 당시 루나 개당 거래 가격이 7000원선임을 고려하면, 두나무앤파트너스가 루나 거래로 얻은 차익은 1300억 원대에 이른다.

특히 두나무는 취득 이후 1년이 지난 2019년 7월 업비트 비트코인 마켓에 루나를 상장시켰다.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으로 루나 가치 상승에 일조한 셈이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두나무 관계자는 "수수료 이득을 목적으로 입출금 제한이나 거래 정지를 결정하지 않는다"며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수료가 얼마나 될 것인지 계산할 겨를도 없었으며 루나 사태와 관련해 시장 상황에 면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루나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나 현재로서 금융당국이 정확한 피해 실태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테라 플랫폼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검사·감독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를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오는 2023년 제정한 후 2024년에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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