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익,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중국 의존도에 '악영향'
LG생활건강이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급감한 실적을 발표했다. 중국 시장에서 악영향을 받은 결과다. 사진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LG생활건강 제공 |
[더팩트│최수진 기자] "중국 영향 제외 시…", "중국 실적을 제외하면…"
LG생활건강이 언론에 배포한 올해 1분기 실적 자료에 담긴 문구다. 수익성이 악화하며 영업이익이 급감했는데, 중국 영향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유지했다고 거듭 강조하기 위한 부연 설명이다. 그러면서 사업 안정화를 위해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LG생활건강이 올해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1분기 영업익 '반토막'…성장세 제동 걸렸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1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진행했다. 연결기준 매출은 1조6450억 원이며, 영업이익 1756억 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2%, 52.6% 급감했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18.7%, 영업이익은 27.2% 감소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113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6% 하락했다.
LG생활건강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었던 중국 영향으로 뷰티(화장품) 사업 성장은 어려웠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인한 전세계적인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G생활건강은 '중국 영향을 제외하면'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별도 실적 수치도 제공했다. 중국 영향을 제외할 경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9%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5.6% 감소에 그쳤다는 주장이다. LG생활건강이 언급한 '중국'은 △중국 △홍콩 △면세점 등을 모두 합산한 것이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뷰티(화장품) 사업에서 중국 실적 제외하면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6.4% 감소, 영업이익은 0.7% 감소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올 1분기 매출 6996억 원, 영업이익 690억 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9.6%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72.9% 급락했다.
뷰티 부문은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이다. 실제 지난해 1분기 뷰티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68.6%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런데, 올해 1분기 뷰티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39.3%로 크게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뷰티사업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며, 이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더팩트 DB |
◆ 북미서 영향력 확대하고 있다지만…어려운 사업환경 '어쩌나'
그간 LG생활건강은 중국을 주력 타깃 시장으로 삼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고 그 결과, 해외 매출 비중은 2015년 당시 20% 수준에서 현재 40%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뷰티 실적 역시 2015년 매출 2조4490억 원, 영업이익 3901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매출은 4조4414억 원, 영업이익은 8761억 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중국 의존도가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자 태도를 바꾸고, 다양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실적 발표와 함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언론 배포용 실적 자료에서 "북미 뷰티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달 더크렘샵 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현지 마케팅과 영업 역량을 높여 나가며 북미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장을 준비하는 등 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뷰티사업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며, 이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이에 LG생활건강은 올해 북미 시장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뷰티부문 해외사업에서 북미 시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뷰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사업 확장 가능성이 큰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필두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진정한 글로벌 명품 뷰티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최대 시장인 동시에 트렌드를 창출하는 북미 시장에서 사업 확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1분기 실적 자료에서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동시에 북미 사업을 확장해 해외 시장을 다변화하고자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단기간에 실적 개선 가능성은 희박해 올해 실적 전망은 부정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의 실적 하락세가 올 2분기까지 이어지고, 연간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중국 수요 약세 및 봉쇄 조치에 따른 영향으로 화장품 부문실적이 크게 부진했고 이는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LG생활건강의 부진은 수요 둔화, 구조의 한계, 중국 봉쇄 영향이다. 중국 봉쇄가 완화될 시 일시적 매출 개선이 기대되나, 지난해 하반기 면세에서 드러났던 구조의 한계 또한 나타날 것으로 본다. 올해 LG생활건강의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