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한은 인상 속도도 빨라질 듯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적으로 수차례의 빅스텝 단행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의 폭과 시기를 얼마나 키우고 앞당길지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 취임식이 열리면서 이 총재가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언급한 만큼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50bp(0.50%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는 0.75~1.00%로 올라갔다.
연준이 0.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2000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이승헌 부총재는 지난 5일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확인한 뒤 "회의 결과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두 번의 '빅스텝'이면 한미 금리 역전…한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 낼까
그러나 연준이 추가적으로 수차례의 빅스텝 단행을 예고하면서 한은의 고민은 커졌다.
연준의 이번 빅스텝으로 한국(1.5%)과 미국(상단 기준)의 기준금리 차이는 기존 1.0%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은이 이달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지난달에 이어 추가 금리 인상을 고민하고 있지만, 미국의 두 번의 '빅스텝'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연준은 5차례 남은 FOMC 정례회의(6월, 7월, 9월, 11월)에서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것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두 번 정도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있다"고 밝혔다. 오는 6월과 7월 이날과 같은 '빅스텝' 금리 인상이 연달아 나올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6월에 연 1.5%, 7월에 연 2.0%로 높아진다. 특히 시장은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가 연 2.7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한은이 5월과 7월 중 한 번만 금리를 동결해도 7월에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4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50bp(0.50%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모습이다. /뉴시스 |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이 현실화하면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인 달러 강세로, 투자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불가피하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전반적인 수입 물가 상승으로 대외 수출 원가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또한,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도 전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빠른 인플레이션 추이에 주목하며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외적인 물가 상승세가 거세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부담에 대한 고민은 물론 기업들의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한은 금통위가 5월에는 금리 동결을, 7월에는 금리를 0.25% 올릴 수도 있다고 봤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물가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5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미 연준에 비해 한은은 지난해부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왔고, 가계대출도 4개월 연속 감소했기 때문에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점진적 인상 기조를 시장에 전달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9일 국회인사청문회 당시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8%가 넘는 반면 한국은 4%에 불과하기 때문에 금리인상 방향성은 미국을 따라가지만 속도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급등한 물가를 잡기 위해서라도 기준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