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제폰, 단통법 규제 적용 안돼…이용자 차별 피해 우려
자급제 단말 유통 활성화가 제조사 직영의 대형 유통망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한예주 기자] 자급제 단말 유통 활성화의 수혜가 제조사 직영의 대형 유통망에만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 직영매장은 자급제 단말 물량을 제조사로부터 원하는 만큼 공급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단말기 유통법의 규제도 적용받지 않아 임의적으로 추가 할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쪽에 치우친 시장 구조 탓에 일각에선 중소상공인들의 폐업이 가속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따르면 사전승낙 등록된 이동통신 단말유통 판매점은 지난 3년간 빠른 감소세를 보였다. 2019년 2만2488개에 이르던 사전승낙 판매점 수는 지난해 기준 1만6935개로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동통신 유통망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시장 위축에 직격탄을 맞았다. 비대면 트렌드 확산으로 매장 내방객이 줄고, 대형 유통망의 자급제 마케팅 공세로 잇단 폐점 위기에 내몰렸다.
이동통신사향 단말을 판매하는 중소 상공인들은 단말기 유통법의 규제로 인해 차별적 할인이 불가하고, 자급제 단말을 판매하더라도 제조사 직영점 같은 막대한 자금력이 없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실제 일부 가전 양판점의 경우, 자급제 단말을 미끼로 냉장고나 노트북 등 가전제품을 동시 구매할 시 최대 100만 원이 넘는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매장마다 할인율도 제각각 이어서 단통법 이전처럼 고객들이 발품을 팔아 할인율이 더 큰 직영 매장을 찾아다니는 경우도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같은 단말기임에도 자급제로 구매 시에만 할인이 적용되고, 통신사향 단말로 구매 시에는 할인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는 사례도 많아 이용자 차별 비판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제조사 직영망의 자급제 단말 판매와 골목 상권 중소 상공인들의 이동통신사향 단말 판매 간의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골리앗과 다윗이 싸우는 형국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용자 편의 향상이라는 자급제 단말 판매 활성화의 명분 이면에 있는 이용자 차별 및 골목 상권 피해를 방지할 해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이드 해야 하는 주무부처인 과기부 또한 정확한 자급제 단말 판매량 추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속속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고 있는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