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원재료 리튬·니켈 가격 1년 사이 2~5배 상승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원재료 구매에 9조6723억24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더팩트|정문경 기자]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원자재 공급망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 제작 원재료로 들어가는 광물들의 값이 천정부지 오르면서, 업체마다 공급망 수급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원자재를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터리 제작에 대표적 원자재인 리튬, 니켈 등이 크게 오르면서 지난해 이들 3사의 원재료 구매 비용이 매출의 과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원재료 구입에 9조6723억2400만 원을 사용했다. 이는 지난해 회사의 매출(17조8519억600만 원)의 약 54.2%를 차지한다.
SK온은 지난해 원재료 구입에 SK온 1조9012억100만 원을 사용했다. 이는 매출(3조368억3900만 원)의 약 62.6%를 차지한다. 삼성SDI의 경우 에너지솔루션 사업부문 기준 지난해 원재료 구입값 만 6조4279억 원으로 매출(10조9469억800만 원)의 58.7%다.
배터리 소재인 음극재와 양극재의 원재료로 들어가는 리튬과 니켈의 가격은 1년 사이 10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이달 15일 기준 kg당 450.5위안이다. 1년 전(82위안)보다 무려 5배 넘게 뛰었다. 니켈 가격도 t당 3만3250달러로,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광물값 급등을 주도한 것은 지난해 급증한 전기차 수요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세계의 경제 제재로 공급이 원활치 않을 거라는 우려가 더해지면서 배터리 업체들의 원자재값 부담은 더욱 커졌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보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 배터리 소재 가격이 더 뛸 수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100만 대를 보급하는 데 4만3000t가량 수산화리튬이 필요한데, 가공 전 원재료인 탄산리튬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중국 EVE에너지와 양극재 합작법인을 세우고, 양극재를 공급받기로 했다. /SK온 제공 |
특히 국내 배터리업계의 경우 △원자재 채굴 및 가공 △소재 가공 △셀 △모듈 △팩 등 5가지 공급망 중에서, 이 중 가장 첫 단계인 원자재는 대부분 외부 수급에 의존하고 있다. 원재료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배터리3사는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을 위해 해외 업체와의 협력 강화하고 자체 생산 노력을 통해 이러한 공급망 불안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니켈 매장량과 채굴량이 1위인 인도네시아의 니겔 광산 국영기업 '안탐' 등과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에 관련된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11조 원이다. 또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호주 '라이온타운사'와 2024년부터 5년 간 리튬 정광 70만 t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독일 '벌칸에너지'와 2025년부터 5년 동안 수산화리튬 4만5000t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는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전기자동차 11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중국 EVE에너지와 양극재 합작법인을 세우고, 양극재를 공급받기로 했다. SK온은 지난 2019년 스위스의 '글렌코어'와 2020년부터 5년간 코발트 약 3만t 규모의 구매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중국 최대 리튬 생산 기업 간펑리튬의 지분 1.8%를 매입, 리튬 확보에 나섰다. 또 QPM의 테크프로젝트를 통해 3~5년 간 니켈을 매년 6000t씩 공급받기로 했다.
삼성SDI도 지난 2020년 11월 호주의 QPM의 테크 프로젝트에 참여해 3~5년간 매년 6000t의 니켈을 공급받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니켈 채굴 사업이 씨가 말라 러시아 문제를 넘어 만성적인 니켈 부족 현상이 우려된다"며 "생산설비에만 수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배터리 기업들이 앞으로 소재와 장비 기술은 물론이고 광물까지도 투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jmk010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