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부실시공 퇴출' 엄정대응 예고…몸 사리는 건설사들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로부터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를 선례로 '줄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민주 기자] 학동 붕괴 참사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중대재해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부실시공 퇴출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HDC현대산업개발에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행정처분을 받은 8개월 동안 입찰 참가 등 건설사업자로서 영업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다만 행정처분을 받기 전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관계 법령에 따라 인·허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의 경우는 계속 시공할 수 있다.
이번 처분은 광주 학동 붕괴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결과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해체계획서와 다르게 시공해 구조물 붕괴 원인을 제공하고, 과도한 살수로 인한 성토층 하중 증가 방지 등을 위해 현장에서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음애도 이를 위반했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시는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된 처분은 별도의 전담조직을 구성해 6개월 이내에 등록말소 등을 포함한 강력한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처분과 관련해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국토교통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는 앞서 서울시에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엄중한 처분을 요청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서울시에 광주 화정 아이파크 시공사(원도급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의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국토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과 피해 규모를 볼 때 원도급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 가현건설산업에 가장 엄중한 처분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부실시공 근절'을 선포하며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 도입도 발표했다. 이 제도는 시설물 중대 손괴로 일반인 3명 또는 근로자 5명 이상 사망한 경우 시공사의 등록을 즉시 말소하는 제도다.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부실시공 근절'을 위해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 도입도 발표했다. 이 제도는 시설물 중대 손괴로 일반인 3명 또는 근로자 5명 이상 사망한 경우 시공사의 등록을 즉시 말소하는 제도다. /이민주 기자 |
5년간 부실시공으로 2회 적발된 업체는 등록말소하고 3년간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투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한다. 이달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오는 6월에는 중대사고 직권 처분을 위한 개정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외에도 부실시공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해 손해배상책임을 기존의 최대 3배까지 확대하고, 부실시공 업체는 주택기금이나 공공택지 지원에 페널티를 부과하고 공공공사 입찰 참여도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중대 위험에 대한 감리의 공사중지 명령을 의무화하고 공사중지권 행사로 인한 손해에 대해 면책규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토부가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수위 강화를 예고하면서 건설업계 안팎의 긴장감도 더해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산재 사망사고가 많은 대표 업종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업무상 사고 사망자 수는 882명이며 이 중 51.9%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CEO랭킹뉴스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등록된 건설사고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 건설 현장 213개에서 222명이 사망했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9명)이다.
현대건설은 3분기 2건, 나머지 분기마다 1건의 사망사고를 냈고, 이 현장에서 총 5명이 사망했다. 태영건설은 3분기에 3건의 사망사고를 내 현대건설과 마찬가지로 5건의 사망사고를 냈다. 계룡건설, 대우건설, 한양건설이 각 3건, DL건설이 2건으로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광주에서 잇달아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론이 악화했고, 그러면서 국토부도 건설현장에서의 사고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라며 "사고를 줄이려고 건설사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고는 대비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 건설업의 특성을 감안한 입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처벌 강화가 무조건적인 사고 감소로 이어지리라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이전에도 대책이나 처벌 수위가 낮아서 사고가 벌어졌던 것은 아니다. 당분간은 (국토부의)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