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권원강 전 회장,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창업주인 권원강 전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교촌에프앤비 제공 |
[더팩트|문수연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창업주 권원강 전 회장의 복귀다. 창업주의 복귀에 따라 그동안 그룹을 진두지휘했던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의 입지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창업주인 권원강 전 회장과 윤진호 전 비알코리아 경영기획실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권 전 회장은 사내이사로 복귀하게 된다. 지난 2019년 3월 회장직과 대표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던 그가 3년 만에 복귀하는 셈이다.
권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6촌인 권순철 상무(당시 사업부장)가 직원을 폭행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을 겪었다.
당시 교촌에프앤비의 상장을 앞두고 있던 권 전 회장은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 출신인 소진세 회장을 영입해 수장직을 맡게 했다.
소 회장은 취임 후 교촌에프앤비의 코스피 직상장과 해외사업 확대, 수제맥주 사업, 가정간편식(HMR)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의 성과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4% 증가한 5076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수준인 410억 원이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5.2% 증가한 29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1337개까지 매장을 확대했으며 가맹점 폐점률 0%를 기록하기도 했다.
권원강 전 회장의 복귀와 함께 교촌에프앤비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하면서 소 회장의 사내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팩트 DB |
하지만 경영 일선에 물러나 있던 권 전 회장의 복귀와 함께 교촌에프앤비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하면서 소 회장의 사내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교촌에프앤비에서는 최근 임원급 이상 경영진이 잇따라 사임하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조은기 총괄사장이 취임 1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해임됐으며, 상장을 성공시킨 주역인 송민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5월 사임했다. 전략기획을 담당하던 조은철 상무도 지난해 퇴사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전 조직을 업무 연관성에 따라 6개 부문으로 재편해 전문성 및 유연성을 더욱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각 부문별로 대표 직책을 둬 영역별 책임경영 체제 확립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교촌에프앤비는 그간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했지만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소 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조직이 6개 부문으로 나뉘고 각 부문별 대표가 선임될 경우 소 회장의 권한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교촌에프앤비는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윤진호 전 비알코리아 경영기획실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윤 전 실장은 애경산업 화장품사업부장을 거쳐 2019년 SPC삼립에 상무로 들어갔으며, 컨설턴트 출신으로 전략·기획에 능통한 인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권 전 회장의 복귀가 실적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교촌에프앤비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치킨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까지 모두 반영한 실적"이라며 "경쟁 업체가 교촌의 턱밑까지 쫓아왔기 때문에 (오너는) 이번 실적이 실망스러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2위 bhc는 지난해 4000억 원대 후반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는 대기업 시스템과 다른 점이 많아 대기업 출신 경영인들이 업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양한 이유로 기존 경영인들이 오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권원강 전 회장의 본격적인 경영 복귀는 아니고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권원강 전 회장과 소진세 회장의 향후 역할은 주주총회에서 확정된 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