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법적 리스크를 절반만 해소한 채 하나금융을 이끌 전망이다. 사진은 함영주 부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채용 관련 재판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정소양 기자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 등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1심 판결에서 패소했다. 다만, 소송과 함께 신청한 집행정지는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에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 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이날 오후 함영주 부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 등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1심 판결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불완전 손실 규모가 막대한 과정에서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를 다 하기 어려웠다고 보인다"며 "원고들이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함 부회장의 차기 회장 선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남은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연임을 못 할 뿐만 아니라 3년간 금융기관 취업도 제한된다.

다만 소송과 함께 신청한 집행정지는 법원에서 인용됐다. 법원의 결정으로 하나은행의 업무정지와 함 부회장 징계의 효력은 본안 선고일인 이날로부터 30일 뒤로 연기된 상태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법원이 소송과 함께 신청한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에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행정소송 재판에서 (함영주 부회장이) 승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주총 일정과 집행정지 인용 등을 고려해보면 함영주 부회장의 차기 회장 선임 안건은 무리 없이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주주총회가 오는 25일에 예정되어 있어 DLF 관련 징계가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DLF 사태 관련 중징계를 받았지만, 지난 2020년 3월 20일 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같은 달 25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총이 함 부회장에게 남은 마지막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함 부회장은 지난 11일 채용 관련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재판 결과를 주주들에게 상세히 보고드리고 설명해 앞으로 주주총회를 무난히 지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주총에서 회장 선임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함 부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앞선 관계자는 "(함 부회장이) 법적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안은 채 임기가 시작되는 점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본 사안 관련하여 법적, 절차적 부당성에 대해 적극 설명하는 한편, 손님 피해 회복을 위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모두 수용하여 투자자들에게 배상을 완료하는 등 최선을 다하여 대응해 왔음에도 당행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스럽다"며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 분석 검토 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함영주 부회장의 리더쉽과 탁월한 영업능력 등을 높이 평가해 차기 하나금융회장 후보에 단독 추천했다. 현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의 임기는 이달 25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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