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자금관리 업무 안일함이 사태 키운 원인"
오스템임플란트 대규모 횡령 사건이 매듭지어지기도 전에 계양전기 재무팀 직원이 회삿돈 245억 원을 횡령한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은 임영환 대표이사의 공식 입장문. /계양전기 제공 |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오스템임플란트로부터 발생한 대규모 횡령 사건이 매듭지어지기도 전에 계양전기 재무팀 직원이 회삿돈 245억 원을 횡령한 사태가 발생했다. 연이어 발생하는 횡령 사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지 모른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계양전기는 현재 주식매매 거래가 정지 중이다.
계양전기는 지난 15일 당사 재무팀 직원 김 씨의 횡령 정황을 포착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공시했다. 파악된 횡령 규모는 245억 원으로, 회사 자기자본 1926억 원의 12.7%에 해당한다.
계양전기의 주식매매 거래는 전날 중지됐다. 15일 종가 기준 계양전기의 시가총액은 1169억 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779위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계양전기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정지를 조치했다"며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 심의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15영업일(오는 3월 10일) 이내 기심위의 심의대상 여부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직원은 횡령한 돈을 주식과 비트코인 투자 등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자백한 상태다.
임영환 계양전기 대표이사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2월 15일 횡령 사실을 확인한 즉시 경찰에 고소했다"며 "횡령 금액 회수와 조속한 주식거래 재개를 위해 전사적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회계법인에서 횡령 사실을 발견하자 즉각 고소에 나서고,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사과했으나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앞서 신라젠과 오스템임플란트가 같은 이유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음에도 내부 단속에 허술했다는 점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계양전기 사태는 오스템임플란트가 대규모 횡령 사실을 공시한 지 44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횡령 사태에 투자자들과 국내 기업들로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팩트 DB |
횡령 사태가 연달아 발생하자 투자자들과 국내 기업들로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국내 주식판이 사기판이냐", "오스템, 신라젠에 이어 횡령이 유행인가"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며 불만이 터져나왔다.
업계에서서는 안일한 생각이 탈을 낸 원인이 된 것이라고 봤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 과정에서 자금문제와 관련해 경영진이 자금관리 업무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에서 횡령 이슈 등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일이 발생하면 주가 폭락과 주주 피해 등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내부통제를 하지 못한 점에서 문제의 본질이 같다고 진단했다. 또한 기업마다 경각심을 줄 제도적 요인이 강해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횡령 및 배임죄에 대한 기본 형량은 5~8년이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감사보고서 제출이 이뤄지는 3월 이후부터 중간감사가 시작되는 11월까지 7개월가량의 감시 공백이 생기지만, 현금성 자산이나 매출 채권 등이 많은 기업은 분기, 반기마다 재무제표를 검토할 때 회사에서 확인해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횡령 및 배임죄의 형량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 위반 동기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