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첫 패시브자금 유입 시점에 맞춰 연기금 등 기관의 리밸런싱(자산 재분배) 추세가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내달 코스피200지수 편입을 앞두고 또 다시 기관발 LG에너지솔루션 매수세가 높아질 가능성에 따라 수급 교란에 대비해야 한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관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처음으로 순매도세를 나타냈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일인 지난달 27일 3조169억 원가량을 사들였고 △28일 1454억 원 △2월 3일 1363억 원 △4일 2092억 원 △7일 1425억 원 △8일 894억 원을 사들였다. 그러나 9일 방향을 틀어 454억 원가량 순매도세를 나타냈다.
기관과 연기금은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지수 편입 이슈로 인해 패시브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선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쓸어 담았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 기존 보유 중인 대형주를 일정 부분 팔아치우는 리밸런싱 작업이 수반됐다.
리밸런싱에 의해 증시에는 악영향이 미쳤다. 특히 기관발 대규모 LG에너지솔루션 순매수세가 나타난 4일과 7일 이후 시장에는 수급 교란에 의한 시장 불안정성이 극대화됐다. 연기금이 LG에너지솔루션을 사들이기 위해 리밸런싱에 나서면서 기존 보유 중인 대형주를 매도하고, 대형주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증시 전반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기관의 매수가 매우 컸던 7일은 상장 후 가장 큰 폭(8.73% 상승, 54만8000원 마감)으로 주가가 올랐다. 기관 '큰손'인 연기금만 살펴보면 당시 연기금의 올해 LG에너지솔루션 누적 순매수 액수는 총 2조4660억 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연기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모두 1조 원 넘게 팔아치웠다. 대표적인 기술·성장주인 네이버(-1702억 원), 카카오(-1680억 원), 크래프톤(-1487억 원)도 비중을 줄였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이 상장 후 5거래일에 불과한 시간 동안 LG에너지솔루션을 대폭 쓸어 담으면서 나머지 대형주에는 수급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대형주의 주가 하락은 증시 전반 흐름을 악화해 LG에너지솔루션이 포함되지 않은 코스피200지수는 7일 0.93% 하락했다.
9일부로 기관이 순매도세를 나타냈고, 연기금도 매수세를 줄이고 있어 현재 1차적인 수급교란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은 지난 4일까지도 940억 원 이상 순매수했지만 9일 126억 원 수준으로 순매수세를 줄였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이 오는 3월 10일 코스피200지수 조기 편입 이슈를 앞두고 다시금 수급 교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달여 가량 사이에 기관으로부터 추가적인 리밸런싱이 나타날 가능성 때문이다.
기관이 코스피200 편입 후 들어오는 패시브 자금 등을 의식해 추가로 선제적 매수세를 취할 경우 리밸런싱에 의해 추가적으로 대형주를 매도할 가능성이 커진다.
코스피200 패시브 자금 유입에 앞서 선제적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은 업계로부터 나온 바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지수 편입에 의한 지수 추종자금은 40조 원이며, 예상 추종 유입자금은 4320억 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200종목 편입 시 코스피200과 관련된 종목인 KODEX200 ETF만 3000억 원 이상의 매수 수요가 발생한다. 코스피200과 관련된 ETF 규모는 16조 원에 달한다.
주가는 상장 후 수급에 의한 급등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상황이다. 7일 54만8000원에 마쳤던 LG에너지솔루션은 10일 오전 11시 30분경 전일 대비 6.56%(3만4000원)하락한 47만7000원을 나타내면서 상장 둘째 날 종가(45만 원) 수준까지 미끄러졌다.
다만, 기관의 리밸런싱 규모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앞서 상장 직후 나타난 순매수 규모가 컸던 만큼 9일 전 사들인 매수 규모를 볼 때 추가적인 리밸런싱이 처음만큼 시장에 충격적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한편,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된 후에도 공매도에 의한 증시 불안정성이 나타날 수 있는 점은 하나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 시총 2위 기업의 공매도가 가능해지면서 주가 출렁임이 나타날 가능성 때문이다. 이달 28일에는 175만471주에 달하는 기관의 의무보유물량이 해제되는 이슈도 남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지수 편입 이슈와 기관들의 리밸런싱 상황에 따른 시장 불안정성이 잔존한다"며 "지수 편입 후 시행될 LG에너지솔루션 공매도와 이달 말 예정된 대규모 기관보유확약 물량 해제 등도 증시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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