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 주주 보호-자회사 물적 분할 동시 상장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국회 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유튜브 '일산 이용우TV' 갈무리 |
이용우 "제도적 장치 필요"…대선 주자들도 공약
[더팩트|윤정원 기자] 대기업 핵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과 학술계에서도 물적 분할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추이다.
◆ "사업 자금 조달 목적…모회사 주주 권리 소외돼"
물적 분할을 통한 IPO(기업공개)의 경우, 대주주 입장에서는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 소액 주주는 IPO가 신주 모집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별다른 이익이 없다. 분할비율에 따라 보유 지분이 나눠지는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 분할은 모회사 주주들이 신설법인(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회사 상장 이후에는 더블 카운팅 이슈에 따라 주가 하락까지 감수해야 한다.
실제 앞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SK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 분할 및 상장 이슈가 터지면서 주가가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다. LG화학은 작년 1월 14일 105만 원까지 상승했지만, 지난달 30일에는 장중 61만1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도 60만 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배터리 사업을 물적 분할한 직후 주가가 8.8% 급락했다. 작년 초(2월 3일) 32만7500원에서 고점을 형성했던 LG화학은 지난달 1일 19만3000원까지도 고꾸라졌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서 물적 분할이 문제가 되는 이유에 대해 "물적 분할의 목적이 오로지 IPO를 통한 신규 사업 자금조달에 있다는 점이다. 자회사 물적 분할과 IPO를 통해서 자회사는 막대한 현금을 조달한다"며 "IPO를 통해 이익을 얻는 주체는 모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우리사주조합, IPO를 통해 신주를 배정받은 투자자로 한정되고 모회사 주주의 권리는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물적 분할을 앞둔 포스코그룹에 대한 소액 주주들의 비판이 일기도 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10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를 물적 분할해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와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신설법인)로 나누는 게 골자다. 이 과정에서 소액 주주들은 주식 가치를 훼손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다만, 포스코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자사주를 소각하고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 환원정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비판은 다소 수그러진 상태다.
포스코는 이달 5일 ‘2022년 임시주주총회 참고자료’를 통해 현재 포스코가 보유한 자사주 1160만주(13.3%) 가운데 일부를 연내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2001~2004년 총 4차례에 걸쳐 총 930만 주를 소각한 바 있다. 포스코는 올해까지 중기 배당정책 기준인 지배지분 연결 순이익의 30% 수준을 배당으로 지급하고, 최소 1만 원 이상으로 배당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전했다. 물적 분할 후 재상장을 하려면 지주회사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수정하겠다는 계획 또한 밝혔다.
6일 열린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 주주 보호-자회사 물적 분할 동시 상장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개선안에 대한 견해를 나누고 있다. /윤정원 기자 |
◆ 신주 우선 배정·SIS 선언·ESG 평가 반영 등 대안 제시
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운 가운데 최근 정치권에서도 물적 분할의 문제점을 잇달아 지적하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 주주 보호-자회사 물적 분할 동시 상장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국회 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날 이용우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물적 분할 과정에서 소액 주주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물적 분할과 인적 분할은 금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다만, 일종의 자금 조달방법 모든 주주들을 똑같이 대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의원은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신설 자회사 기업공개시 공모 과정에서 주식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 주주에게 보유주식 수에 비례해 우선 배정하는 등의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소액 주주 피해구제 방안 가운데 신주인수권 부여는 법 개정 사안이라 시간이 필요하나, 주식매수청구권 신설이나 자회사 상장시 모회사 주주우선 공모제는 각각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협회 규정(증권인수업무등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는 견해다.
발제자로 나선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물적 분할 뒤 자회사 상장은 기업이 알짜 사업을 분리·독립 상품화해 분리 추출한 뒤 일반주주의 지배권·처분권을 몰취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때 지배주주는 주주권을 100% 독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의 이해 상충·주주가치 훼손 금지는 주식회사의 기본 원칙상 당연한 것이다. 기업의 주주가치 훼손·편취를 금지하는 주주 보호 의무(SIS) 선언 등이 직접적인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물적 분할 제한요건 설정 △기관투자자의 부당한 물적 분할 찬성 제한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신설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다른 발제자인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적 분할은 지주사의 핵심사업 부문 분사로 주가가 하락하는 이슈가 있다"면서 "이 경우 기업의 지배권(Control or voting right)과 주주의 배당권(Cash flow right)이 충동한다"고 설명했다. 이관희 교수는 "기업을 분할하는 이슈는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배분, 즉 터널링 이슈가 있는데 인적분할이 일반주주에게 유리한 반면 물적 분할은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기업이 쪼개기 상장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할 경우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의 G 평가 시 이를 반영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유력 대선 후보 모두 분할 상장 부담을 높이는 규제를 약속했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새롬 기자 |
◆ 대선 주자 이재명·윤석열, "물적 분할 차단" 한 목소리
앞서 유력 대선 후보들도 물적 분할과 관련한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달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는 직속 공정시장위원회를 통해 주식시장 개혁방안을 제안하며 모자회사 동시 상장에 따른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중상장에 따른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물적 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신설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주주에게 보유지분에 비례해 신주를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지난달 27일 자본시장 공정회복 정책공약 발표회견을 열고 물적 분할 이중상장 문제와 관련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 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이밖에도 △증권거래세 폐지 등 개인 투자자에 대한 세제 지원 △대주주 및 경영진 등 내부자의 무제한 지분 매도 제한 △공매도 제도 개선 △회계 공시 투명성 제고와 미공개 정보 이용 및 주가 조작 등 증권 범죄 수사·처벌 강화 등을 이야기했다.
유력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우자 금융당국 역시 관련 공약을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는 물적 분할 이슈에 대해 법적인 부분에서도 다각면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6일 토론회에서도 고승범 위원장은 "상장기업의 물적 분할알 논의하는 것은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한 단계 진전을 위한 의미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정 메커니즘, 즉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또한 이날 토론회에서 "최근 회사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다"면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고 기존 주주의 이익 훼손될 것이라는 우리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거래소는 분할 후 상장 과정에서 소액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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