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 사고' 여파에 따른 이미지 회복 과제를 떠안은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공정위발 과징금 소식과 함께 임기 시작을 맞았다.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
'광주 붕괴 참사', '사기 분양' 등 브랜드 이미지 회복 숙제
[더팩트|이민주 기자]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임기 첫 날부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발 과징금 부과 소식과 함께 임시 시작을 맞았다. 지난해 광주 붕괴 사고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개선 과제를 떠안은 상황에서 이번 과징금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새 리더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모양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유 대표는 전날(3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이취임식을 열고 새해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유 대표는 지난해 12월 22일 HDC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임 대표로 발탁됐다. 유 대표는 지난 2018년에 HDC그룹에 합류했으며 2020년부터는 HDC 사장을 역임했다.
유 대표는 취임식에서 올해 본업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디벨로퍼로서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유 대표는 "국내 최고의 '종합금융부동산기업'으로 발전하려는 사업 비전을 품고 있다"며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Only-One 최강 디벨로퍼가 되어 소비자들의 삶의 가치와 행복을 높여주는 칭찬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공정위는 같은 날 HDC현대산업개발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를 적발·제재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3일 HDC현대산업개발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더팩트DB |
공정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 3월까지 53개 수급사업자에게 습식 공사 등 86건을 건설·제조 위탁하면서, 이에 대한 서면을 최소 3일에서 최대 413일을 지연하여 발급했다.
또 HDC현대산업개발은 기간 46개 수급사업자에게 상환기일이 목적물 등의 수령일로부터 60일을 초과하는 어음대체 결재수단으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면서 그 초과한 날부터 상환기일까지의 기간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발주자로부터 설계변경 등에 따른 계약금액을 증액받으면서 58개 수급사업자에게 증액받은 사유와 내용을 통지하지 않았고, 29개 수급사업자에게는 위탁한 42건의 계약에 대해 발주자로부터 증액받은 날로부터 30일을 초과해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실적과 기업 이미지를 모두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유 대표로서는 이번 공정위 과징금 소식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일명 '광주 학동 붕괴 참사'와 '사기분양' 등 각종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4재개발 사업 현장에서 철거 건물이 시민을 덮치는 후진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무너진 건물은 인근 버스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54번 시내버스를 덮쳤고 승객 17명 중 9명이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 직원 3명이 책임소홀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불법 철거와 재하도급 문제가 있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안전관리 수준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매우 미흡'을 받았다. 대형 건설사 중에 5등급을 받은 곳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유일하다.
수원아이파크시티 입주민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약속한 상업·공공시설 등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사기분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원회 제공 |
지난해 불거진 '사기분양' 논란도 진행형이다. 수원아이파크시티 입주민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원시 권선지구 개발 사례가 '성남시 대장지구'와 판박이라며 허위·사기 분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갈등은 HDC현산이 분양 당시 홍보했던 것과 달리 상업·공공시설 등 기반시설 공사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병원과 쇼핑몰, 학교가 들어서야 할 부지는 지금까지 공터로 남아 있다. 결국 경기도 수원아이파크시티 소송위원회는 시행·시공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주택사업 부문 실적 개선도 시급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은 2조366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2897억 원으로 30.6% 줄었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주요 기반인 주택분양 물량 감소가 꼽힌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전체 매출에서 주택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4.7%에 이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1조5019억 원의 수주고를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고 3조 원 달성에 성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기간 현대건설은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5조5499억 원)을 달성했다.
유 대표가 올해 디벨로퍼사업 강화를 내세운 것 역시 뒷걸음질치는 회사 실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는 만큼 안전 문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또 안전 문제는 주택사업 수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대형 안전사고로 인해 실추된 이미지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이미지 쇄신이 녹록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