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앞다퉈 폴더블폰을 내놓으면서 접는폰 전성시대가 열릴 예정이다. /남윤호 기자 |
폴더블폰 판매량 두 배 증가 예상…新 폼팩터 기대감 커져
[더팩트|한예주 기자] 임인년 새해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 전성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2019년,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제품을 처음 내놓은 이후 세계 폴더블폰 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의 독무대였다. 지난해 8월 출시한 '갤럭시Z폴드3'과 '갤럭시Z플립3'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삼성전자의 독주 체제 속에 있던 시장에 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폴더블폰 주도권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구글, 애플까지 폴더블폰 양산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폴더블폰 대중화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폴더블폰 압도적 1위…"홀로 성장은 어려워"
1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부품 부족 상황이 해소되고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지난해 대비 7.2% 증가한 14억920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폴더블폰 판매량은 1690만 대(1.1%)로 지난해보다 약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폴더블폰 시장의 선두주자는 삼성전자다. 지난해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은 8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갤럭시Z폴드3'과 '갤럭시Z플립3'은 해외 시장에서도 지난해 9월 말까지 판매량이 약 200만 대에 달하며 폴더블폰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장시켰다.
'삼성폰의 무덤'이라 불리는 중국 시장에서도 두 모델에 대한 반응은 높았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징동닷컴'에서 실시한 예약판매에서는 대기자만 약 70만 명에 달했으며 알리바바의 T몰에서도 약 17만 명의 대기자가 몰렸다. 두 제품을 앞세워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시장의 93%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폴더블폰 출하 목표치를 올해보다 300만 대 늘어난 1000만 대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폴더블폰 대세화의 원년으로 삼고 새 폼팩터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돌돌 말거나 펴는 형태의 신기술을 특허 등록하면서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공개된 특허에 따르면 스마트폰 화면을 기존 롤러블폰처럼 옆으로 늘릴 수 있고, 위쪽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오른쪽과 왼쪽 두 방향을 동시에 늘릴 수도 있으며, 가로와 세로는 각각 최대 30%, 25%까지 키울 수 있다. 확대된 디스플레이에서는 다른 화면을 표시할 수도 있어 다양한 활용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폴더블폰 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제조사들이 참여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경쟁자들이 없다. 삼성전자 홀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편적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전체 시장 파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힘만으로는 힘들다"며 "폼팩터 변화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 전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제조사들이 합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폴더블폰 시장을 독주하던 삼성전자에 중국 업체들이 도전장을 냈다. 사진은 화웨이의 폴더블폰 'P50 포켓' 모습. /화웨이 제공 |
◆ 삼성에 도전장 낸 中…"기술력은 해결해야"
폴더블폰 인기에 지난 연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폴더블폰을 잇달아 공개·출시하며, 그동안 폴더블폰 시장에서 독주하는 삼성에 도전장을 냈다.
이들의 도전을 두고 아직 '혁신적'이라는 평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나온 중국 폴더블폰은 모두 삼성 '갤럭시Z폴드3'과 '갤럭시Z플립3'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아너와 오포의 폴더블폰은 'Z폴드3', 화웨이 'P50 포켓'은 'Z플립3'과 디자인 부분에서 비슷하다.
아너의 첫 폴더블폰 '매직 V'는 이번 달 출시될 예정이다. 아너는 미국 제재에 몰린 화웨이에서 지난해 11월 독립한 회사다. '매직 V' 내부 스크린(화면)은 펼쳤을 때 8인치, 외부 스크린은 6.5인치 크기다. 큰 화면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초박막 강화 유리(UTG)를 쓰고 퀄컴 '스냅드래곤 8 Gen 1'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 BOE와 비저녹스(Visionox)의 패널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포의 첫 폴더블폰 '파인드 N'은 폴더블폰의 취약점인 화면 주름을 줄이는 데 공을 들였다. 지금까지 출시된 폴더블폰 중에 화면 접히는 부분에 생기는 주름이 가장 적다는 평이 나온다. 힌지(경첩) 기술과 정밀도는 삼성 폴더블폰보다 더 낫다는 평도 있다. 20만 번 이상 접었다 펼쳐도 끄떡없다는 게 이 회사 설명이다. '파인드 N' 화면은 펼쳤을 때 7.1인치, 접었을 때 5.49인치 크기다. 내부 디스플레이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을 쓴다. 기본 가격(RAM 8GB, 저장 공간 256GB)은 7699위안(약 143만 원)으로, 삼성 '폴드3'보다 저렴한 편이다.
화웨이는 손바닥 크기의 폴더블폰 'P50 포켓'으로 위상 회복에 나섰다. 기본 가격(RAM 8GB, 저장 공간 256GB)이 8988위안(약 167만 원)인 고가 라인이다. 중국 이동통신 시장은 5G(5세대)가 대세지만, 이 제품은 4G용 퀄컴 '스냅드래곤 888' 칩셋과 자체 개발 운영체제(OS)인 '하모니 OS 2'를 적용했다. 2년 넘게 계속되는 미국 제재 영향이다.
다만, 중국업체들의 기술 완성도·신뢰도 향상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폴더블폰 생산을 위한 패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현재 폴더블 올레드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오포의 폴더블폰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할 물량을 제외하고 오포에 얼만큼을 배분할지는 회의적인 면이 있다"며 "BOE 등의 업체들도 폴더블 패널 시장에 진입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 정도의 기술력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폴더블폰 대중화를 위해서는 애플이 시장에 참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애플 폴더블폰 예상 이미지. /렛츠고디지털 |
◆ 업계 "올해 시장도 삼성이 지배"…대중화 요건은 '애플 참전'
올해도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1강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4% 수준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시장에 뛰어든 오포가 점유율 5%를 차지하고, 화웨이와 아너의 합산 점유율도 5%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폴더블폰 분야에 더 많은 업체가 진입하더라도 삼성이 2023년에도 75% 점유율로 세계 폴더블폰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며 "특히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점유율이 보잘 것 없지만, 폴더블폰으로 전체 판매량을 늘리며 화웨이 빈자리를 꿰찰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폴더블폰 진입 장벽이 낮아져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에 치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소비자 사이에 미국 애플 제품의 높은 인기를 감안할 때, 애플이 수년 안에 폴더블폰을 출시할 경우 삼성전자 점유율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폴더블폰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의 참전이 필수적이라고 관측도 있다.
강민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폴더블폰이 중요한 폼팩터임은 틀림없지만 아직은 주류(메인스트림)가 되지 못했다"며 "이 시장은 애플이 참전하면서 대중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폴더블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애플이 시장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의 폴더블폰 출시 예상 시점이 미뤄져 폴더블폰 대중화도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DSCC의 CEO(최고경영자)는 보고서를 통해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 출시가 2024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 제품 분석으로 유명한 궈 밍치 TF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지난 5월 2023년 폴더블 아이폰이 출시된다고 예측했다가, 최근 2024년으로 전망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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