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부사장)가 내년부터 'A·B·C·D' 전략을 앞세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더팩트 DB, 롯데쇼핑 제공 |
"고급화 전략 통해 강남 지역 1위 되겠다"…'A·B·C·D' 전략 도입
[더팩트│최수진 기자] 롯데백화점이 매출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속도를 낸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를 이끌게 된 정준호 대표(부사장)는 가장 중요한 이미지 변신부터 시도한다. 내부에서는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외부에서는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린다. 이를 통해 그간 롯데백화점에 지속 제기된 '올드함' 등 고착화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급화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 '신세계 출신' 정준호, 롯데백화점에 'A·B·C·D' 전략 도입
29일 업계에 따르면 2022년 롯데그룹 정기인사에서 백화점사업부장으로 올라선 정준호 부사장은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내년부터 새로운 전략을 롯데백화점에 대거 적용할 계획이다.
실제 정 부사장은 최근 사내 인트라넷(내부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통해 내년부터 'A·B·C·D' 전략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유연한 사고로 빠르게 결정·실행하는 A(Agility) △어떤 일이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대비하는 B(Being proactive)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롯데만의 방식으로 전문성 있게 진행하는 C(Creative) △모든 분야에서 디자인을 통해 가치를 제고하는 D(Design is everything, everywhere) 등이다.
정 부사장은 신세계 출신이다.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한 이후 지난 2017년까지 약 30년을 신세계그룹에 몸담아왔다. 특히, 정준호 부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근무할 당시 '몽클레르', '크롬하츠', '어그' 등 해외 패션 브랜드 판권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 부사장은 내년부터 백화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문화 개선 △전문가 양성 △강남 지역 매출 1위 등에 대한 목표를 내걸었다.
정 부사장은 "10년 전 1등 백화점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우리가 잘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보자"라며 "롯데백화점을 보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가 생각난다. 잘했던 과거 경험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부족한지 다시 돌아보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문화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명하복 식의 업무방식에서 탈피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조직 문화를 만들자"라며 "가장 부정적인 조직문화다.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도 위험한 사람이고, 시키기만 하는 사람은 더 위험한 사람이다. 윗사람 눈치를 보고 정치적으로 행동해 후배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리더, 지시만 해서 직원을 힘들게 하는 팀장 등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 양성도 강조했다. 정 부사장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인사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2~3년에 한 번씩 업무를 조정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겠다. △패션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인사 △기획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계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2022년 정기인사에서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를 맡게 된 정 부사장은 강남 1위 점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동률 기자 |
◆ 목표는 매출 1위…'실적 개선' 성공 가능성은
특히, 정 부사장이 가장 강조한 부분이 '매출 1위' 탈환이다. 정 부사장은 "강남 1등 점포를 반드시 만들겠다"라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는 다른, 고급스러움을 넘어선 세련되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백화점을 강남에서 만들자. 잠실점과 강남점의 고급화를 통해 롯데백화점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겠다. 이후 강남에서의 성공 경험을 다른 점포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광적으로 고객 만족에 집중해야 한다"며 "우리의 모든 결정의 중심에 고객 만족이 있어야 한다. 몇년 후에는 '나 롯데백화점에 다녀'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새로운 롯데백화점을 만드는 일에 동참해달라"고 마무리했다.
현재는 신세계백화점이 강남뿐 아니라 전국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17년부터 롯데백화점 본점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이후 최근까지 5년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올해 매출은 2조4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 이후 경쟁력이 지속 낮아지고 있다. 본점과 잠실점이 매출 순위 2위와 3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신세계백화점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코로나19 여파에도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은 성장했지만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감소한 바 있다.
지난해 신세계 강남점의 매출은 2조39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 매출 역시 1조2323억 원을 달성하며 7.5% 확대됐다. 반면 롯데 본점과 롯데 잠실점은 전년 대비 줄어든 각각 1조4768억 원, 1조4725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14.8%, 3.3%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보복소비 수혜도 신세계백화점에 돌아갔다. 최윤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명품 기반의 보복 소비 수혜를 받은 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순으로 나타났다.
정준호 부사장이 이 같은 상황에도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이 부진했으나,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 실적 부진이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백화점 사업부의 변화가 눈에 띄는 데, 경쟁사 대비 열위에 있던 것이 당연시 되던 기존점 성장률이 지난 3분기부터 경쟁사를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기존점 성장률은 7% 수준이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3분기 출점한 2곳의 신규 점포의 초기 성과는 성공적이며, 소비자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또한 희망퇴직을 단행함으로써 비효율적인 인력 구조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고객 뇌리에 박힌 이미지를 바꾸기 쉽지 않다"며 "다만 롯데에서 신세계 출신 기업인을 대표로 앉히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백화점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 시장 전체에 대한 보복소비 역기저 우려가 큰 상황에서 롯데가 어떤 돌파구를 찾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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