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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미래③] 거래소, 파격 조건으로 인재 블랙홀 부상…부적절 채용 논란도
입력: 2021.12.23 00:00 / 수정: 2021.12.23 00:00
22일 기준 올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가 신규 채용한 인원은 620여명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22일 기준 올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가 신규 채용한 인원은 620여명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가상자산 쓰나미가 금융투자 시장을 뒤덮었다. 2017년 초 100만 원이던 비트코인은 4년 만에 6000만 원으로 폭등했다. 뜨거운 투자 열기만큼 거래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 열기에 힘입어 곳간을 두둑이 채운 가상자산 거래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으로 제도권에 진입했다. 이제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재편될 전망이다. 이른바 빅4 거래소가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고 이와 함께 과세 등 고민도 커지고 있다. <더팩트>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

올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620여명 채용

[더팩트│황원영 기자] #지난 5월 금융감독원 핀테크 현장자문단 소속 부국장 A씨가 사표를 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서였다. 금융당국 공직자의 가상자산 거래소행이 알려지자 업계가 술렁였다. A씨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를 거쳐 6월 말 업비트에 취업했다.

#같은 달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국장 출신 B씨는 코인 발행사인 피카프로젝트에 고문으로 선임됐다. B씨는 금감원뿐 아니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한 인물이었다.

#이달 초 금융위원회 소속 5급 사무관 C씨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으로 이직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금융위원회 현직 공무원이 가상자산 업계로 자리를 옮기는 첫 사례였다.

가상자산 업계가 채용시장판을 흔들고 있다. 비트코인 열풍으로 규모를 키운 거래소가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워 인재를 빨아들이면서다. 특히, 지난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유예기간이 끝난 후 인재 영입에 속도가 붙었다. 동종 업계, 대기업에서 이직뿐 아니라 공직자의 합류도 부쩍 늘어났다. 거래소는 인재 확보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 개발, 정부 규제 리스크 대응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연봉 150% 인상·보너스 지급…인재 모시기 나서

23일 더팩트 취재 결과 전일 기준 올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가 신규 채용한 인원은 620여명에 이른다. 업비트가 350여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코인원과 코빗은 각각 60명 수준을 보였다. 빗썸이 올해 고용 인원은 15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신규 채용한 350여명 외에도 연말까지 △개발 △디자인 △서비스 기획 △QA △정보보안 △운영 △전략 등 8개 부문에서 60여명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빗썸은 지난 9월 공고를 내고 2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채용을 단행했다. △백·프론트엔드 개발 △운영체제 개발 △데이터 모델링 및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엔지니어 등 시스템 개발과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디자인 등 IT 직군 전반에 대한 충원이 이뤄졌다.

조건도 파격적이다. 최종 합격자에게는 △이전 직장 연봉의 최소 1.5배 △계약 연봉의 20% 수준 사이닝 보너스(연봉 외 특별상여금)를 지급한다. 입사 후 인재로 꼽힐 경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과 주거비용도 지원한다.

코인원은 지난달 자금세탁방지(AML)센터를 중심으로 한 채용에 나섰다. 채용 규모는 100여명으로 개발 직군의 경우 전 직장에서 받은 보상액 대비 최대 150%를 인상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특히, 인재 추천 시 3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외부 인력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코인원은 전 직원 임금을 20% 인상하면서 인재 유출 방어에도 나섰다. △인센티브 상·하반기 연 2회 지급 △1년 이상 재직자에게 주택자금(최대 5000만 원) 무이자 지원 △본인과 가족 대상 매년 100만 원 상당의 건강검진 및 실손보험 제공 등의 다양한 복지도 내세웠다.

거래소들은 그간 기술 개발, 마케팅,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시채용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사업자 신고를 마침으로써 제도권에 안착한 뒤 IT 인력뿐 아니라 전 부문에 대한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앞서 4대 거래소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을 획득했다.

파격적인 영입 조건으로 지원자도 늘었다. 실제 지난달 채용을 마무리한 빗썸의 경우 경쟁률이 두 자릿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수조 원 영업이익 실탄…신규 사업 집중

이 같은 사세 확장 배경에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급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두나무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8209억 원, 순이익은 1조9900억 원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2조5939억 원으로 같은 기간 네이버(9742억 원), 카카오(4883억 원)보다 2~5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빗썸코리아는 3분기 누적 매출 7539억 원, 누적 순이익 7684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405%, 818% 증가한 수치다. 비상장사인 코인원과 코빗 역시 비슷한 성장세를 이어갔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호실적을 발판삼아 가상화폐 거래소가 사업 확장에 필요한 각분야 전문 인력을 대거 흡수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두나무는 최근 대체불가능한토큰(NFT) 거래소인 업비트 NFT 베타 서비스와 메타버스 플랫폼인 세컨블록을 선보였다. 빗썸의 경우 초록뱀미디어, 버킷스튜디오 등 투자하며 신사업 공략에 나섰다. 코빗 역시 NFT 거래소인 코빗 NFT와 메타버스 기반 가상자산 플랫폼 코빗타운을 내놓으며 신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 공직자 거래소行 논란도

다만, 이러한 이직 러쉬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의 인력 수급 명단에 주요 부처 공무원이 오른 데 대한 우려가 크다. 규제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금융위나 공정위 등에서 전·현직 인사를 영입하는 행위는 전문성보다는 방패막이 역할로 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법무부 소속 검사 D씨가 두나무 변호사로 이직하려다 논란이 일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D씨는 이후 법무법인 세종으로 자리를 옮긴 뒤 업비트로 파견돼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 팀장으로 재직했던 경찰관이 업비트로 이직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구설에 올랐다. 업비트의 해외 페이퍼 컴퍼니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수사기관 전직 팀장이 이직을 시도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인재 확보를 통해 회사가 성장하면 이용자나 투자자에게도 환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신사업이나 서비스 고도화 등 스타트업 특성상 이직이나 채용이 활발할 수밖에 없고 채용에 있어서는 원칙대로 진행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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