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종부세 폭탄'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세 부담 전가' 등 부작용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새롬 기자 |
"월세가 유일한 수입원…팔 수도 유지할 수도 없다"
[더팩트|이민주 기자] "종부세가 1년 임대료보다 많다…세금 아닌 벌금"(서울시 거주 B 씨)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폭탄을 정면으로 맞았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부동산 업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업계를 중심으로 내년도 종부세 부담이 올해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세입자에게 세 부담을 전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시에 거주하는 A 씨의 올해 종부세 고지액은 전년 20만 원에서 1억300만 원으로 무려 515배 늘었다. A 씨는 지난 2005년 5호 이상 주택만 임대등록이 가능한 당시 소형 아파트 5채를 단기 5년으로 임대 등록을 했으나 지난해 12월 29일 강제말소됐다.
이에 아파트를 매도하려 했으나 지난해 말과 지난 3월 일부 아파트에 재건축 조합이 설립돼 팔 수 없었고, 나머지는 임대주택으로 등록도 불가해 종부세 합산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B 씨도 올해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 B 씨의 올해 종부세 고지액은 7100만 원으로 전년(400만 원) 대비 1775% 늘었다. B 씨에 따르면 공동명의로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 다세대 건물을 건설해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등록 당시에는 없었던 보증보험이 이후 의무가입으로 바뀌면서 기존계약의 보증금 상당액을 반환해야 했고, 보증보험료가 월세 수입의 절반을 넘어 임대등록을 자진 말소했다. 말소에 따라 다주택자가 되면서 7000만 원이 넘는 종부세를 내게 됐다는 게 B 씨의 설명이다.
B 씨는 "저희 부부는 투기꾼이 아니다. 임대 목적으로, 1인 가구를 위해 저렴하게 주거 공간을 제공해온 성실한 납세자일 뿐"이라며 "저희 부부의 유일한 수입원인 건물을 매각할 수도 유지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60대 미망인 C 씨는 올해 월수입의 2배가 넘는 종부세를 내게 됐다. C 씨의 올해 종부세 고지액은 385만 원으로 전년 대비 566% 늘었다. C 씨는 은퇴한 노년층으로 수입원은 남편의 유족연금(50만 원)과 월세(70만 원)며, 연 수입은 1400만 원 수준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B 씨는 "종부세가 세금이 아니라 벌금인 수준"이라며 "매도하려니 이 애물단지를 산다는 사람도 없고 보유하면 종부세가 일 년 임대료보다 많다"고 호소했다.
지난해까지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었지만 올해부터 거액의 종부세를 내게된 사례도 많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80대 D 씨의 올해 종부세 고지액은 3800만 원, 아내 E 씨 8300만 원이다. D 씨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자동말소)와 임대주택(재건축)으로 임대사업 등록이 말소됐다. 임대주택은 지난 6월 매도했으나 재건축주택은 매도가 불가능해 부부는 올해 1억2000만 원대의 종부세를 내게 됐다. D 씨는 "임대사업만 20년째라 다들 10년 이상 살다 나가면 그때야 임대료를 올렸다. 임대료는 10년 전 수준으로 받고 있다"며 "이에 다세대주택에서 임대료를 받아도 종부세보다 적어서 못 내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7·10 대책에 따라 임대사업 등록이 말소되면서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팩트 DB |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올해 종부세 폭탄이 7·10대책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임대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세금 배제 혜택을 없애면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7·10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7·10 대책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의무임대 기간이 5년 이하인 원룸, 빌라 등 비(非)아파트와 모든 아파트에 대한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이 금지됐다. 또 기존 임대주택은 잔여 의무임대 기간이 지나면 강제 말소됐다. 임대사업자는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받는다.
임대주택으로 재등록하려면 임대보증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지만 '은행 대출금과 전·월세 보증금이 집값보다 높거나, 대출금이 집값의 60%를 초과'하면 가입할 수 없다. 납부 세액을 지난해의 3배 이하로 제한하는 '세 부담 상한선'이 있지만 강제말소된 임대사업자에게는 이 상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단기적인, 단순한 목표를 좇은 결과"라며 "문제는 퇴로가 막혔다는 점이다. 임대사업자들이 세 부담을 우려해 주택을 내놓더라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임대 소득을 목적으로 원룸이나 아파트를 찾는 수요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또 임대주택이 대부분 빌라나 오피스텔이어서 매물로 나오더라도 정부가 기대한 수준의 집값 안정화 효과가 나지 않는다"며 "집값이 오르는 건 공급이 부족해서다. 규제가 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내년 종부세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등의 부작용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종부세에 적용하는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을 오는 2025년까지 매년 2~3% 높이기로 했으며, 올해 과세표준을 위한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90%에서 95%로 상향했다. 내년에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100%로 상향될 예정이다. 여기에 올해 기록적으로 급등한 집값도 내년에 반영된다.
다른 관계자는 "우려했던 종부세발 임대료 상승은 이미 시작됐다"며 "고지 이후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료가 늘어난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내년 계약 생신 만료 매물을 중심으로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고지 인원은 94만7000명, 세액 규모는 5조7000억 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8% 국민은 종부세와 무관하다"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투기 수요 억제 및 보유 자산에 대한 과세형평 제고를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면서 다주택자 과세 인원과 세액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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