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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폭행·강매·조작'…개방 논의 공회전만 3년째, 멍드는 중고차시장
입력: 2021.12.03 10:32 / 수정: 2021.12.03 10:32
중고차 관련 소비자피해가 매년 늘면서 중고차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중고차 관련 소비자피해가 매년 늘면서 중고차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시민단체 "중기부, 중고차 개방 연내 결론 내야" 한목소리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로 중고차시장 개방과 관련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중고차시장 개방 논의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는 가운데 허위 미끼 매물을 비롯해 침수·사고차 판매, 주행거리 조작, 불투명한 가격산정 등 후진적이고 불법적인 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면서 이 같은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중기부 주관으로 세 차례에 걸쳐 중고차시장 개방을 위한 중고차매매업계와 완성차업계 간 상생협약이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최종 결렬되면서 소상공인생계형적합업종 특별법 절차에 따라 심의위원회에서 시장 개방 문제를 결론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 1일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생겨형적합업종 지정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심의위원회에 신청하는 것인데, 이를 연내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만일, 중기부가 이달 내 심의위원회를 개최, 심의를 완료하면 3년간 '공회전'만 해온 중고차시장 개방 문제가 매듭을 짓게 된다.

이미 시장 안팎에서는 중고차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 등 다수 소비자 단체는 이미 지난해부터 성명문을 통해 중고차시장의 최대의 피해자인 소비자를 대변해 중고차시장 개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주부터 중기부 주관으로 세 차례에 걸쳐 중고차시장 개방을 위한 중고차매매업계와 완성차업계 간 상생협약이 진행됐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난달 30일 최종 결렬됐다. /시민단체 제공
지난주부터 중기부 주관으로 세 차례에 걸쳐 중고차시장 개방을 위한 중고차매매업계와 완성차업계 간 상생협약이 진행됐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난달 30일 최종 결렬됐다. /시민단체 제공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등 6개의 교통·자동차 전문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는 지난 3월과 4월, 8월, 10월 등 올해만 네 차례에 걸쳐 중기부에 중고차시장 전면 개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했다.

지난달 11일에도 소비자주권은 성명서를 통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 결정이 늦어지면서 중고차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 피해만 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완성차 및 중고차 업계, 소비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두 취합한 만큼 결정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며 중기부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한 바 있다.

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4월에는 중고차시장 완전 개방을 촉구하는 범국민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했는데 시행 한 달도 채 안 돼 참여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같은 달 소비자주권이 리서치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 20~60대 전국 성인남녀 1000명과 전국 대학교수(경영·경제·법·소비자·자동차학) 254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68.6%, 전문가 79.9%가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가 시급하다'며 완성차업체의 인증중고차 시장 진입에 찬성표를 던졌다.

매년 시장 내에서 수백 수천 건씩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 사례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통계(2018~2020년)에 따르면 고가의 내구성 소비재 가운데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은 상품은 중고차다. 상담 건수만 4만3093건에 달하지만, 피해구제는 불과 2.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통계(2018~2020년)에 따르면 고가의 내구성 소비재 가운데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은 상품은 중고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공정위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통계(2018~2020년)에 따르면 고가의 내구성 소비재 가운데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은 상품은 중고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관련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7월 경기도가 중고차 온라인 매매사이트 31곳의 상품을 조사한 결과 중고차 매물 100건 가운데 95개는 허위 매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에는 인터넷에 올라온 중고차 허위 매물에 속아 중고차 딜러에게 차량을 강매당한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 5월 충북지방경찰청은 허위 매물을 미끼로 중고차를 강매한 중고차 딜러 A씨 등 4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문신을 보여주며 위압감을 조성하고, 피해자가 돈이 없다고 하자 8시간 동안 차량에 감금하고 강제로 대출까지 받게 했다.

지난달에는 중고차 허위 매물 피해자를 돕는 콘텐츠로 유튜브 방송을 하는 한 유튜버가 침수차 판매자로 의심되는 딜러와 언쟁을 벌이다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시장 개방 문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너무나 큰 사안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이미 각종 설문과 데이터가 (중고차) 시장에 산재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연내 해법을 찾지 못하고 또다시 해를 넘길 경우 소비자들의 피해와 그에 따른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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