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카드사 CEO와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간담회를 갖는다. /임영무 기자 |
가맹점 수수료 인하 논의할 듯
[더팩트│황원영 기자] 금융당국과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로 갈등을 빚는 가운데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카드사 CEO와 대면한다.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오갈 것으로 분석된다. 빅테크와 카드사 간 규제 형평성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고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신용카드사,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업계 CEO와 간담회를 갖는다.
업계는 이 자리에서 가맹점 수수료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달 14일 카드사 사장단과 수수료 재산정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금융위는 이달 중 카드사 수수료 재산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3년마다 이뤄진다. 금융당국이 카드사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VAN)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 원가 분석을 기초로 적격비용을 재산정하고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여력을 산정한다.
업계는 올해 가맹점 수수료율이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대선 일정과 맞물린 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 부양책으로 카드 수수료 조정이 언급되고 있어서다.
실제 '영세 소상공인 카드수수료율 우대법' 등 우대가맹점이나 수수료 면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올해 상반기에만 두 건 발의됐다.
반면, 카드사는 카드 수수료 인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당국의 일방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영업점 축소, 영업활동 위축, 카드모집인 감소 등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입장이다.
카드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차례에 걸쳐 꾸준히 인하됐다. 2007년에 4.5%였던 일반가맹점 수수료율은 현재 1.97~2.04%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우대가맹점 범위를 5억 원 이하에서 30억 원 이하로 넓히면서, 전체 가맹점 가운데 96%가 원가 이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앞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카드사 노조)는 지난 15일 카드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카드수수료 인하와 적격비용재산정 제도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가 재난지원금·상생소비지원급 지급 등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카드사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놓고, 카드 산업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선심성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카드사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는 빅테크와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했다. 빅테크 기업은 금융당국의 제한을 받지 않아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반면 카드사는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빅테크 기업이 책정한 수수료는 카드사 대비 높은 수준임에도 아무런 제지가 없어 영세·중소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급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번 간담회에서 빅테크와의 차별규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사실상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한 것"이라며 "카드 수수료로 인한 수익은 이미 마이너스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간담회에서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등의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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