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부터 기온이 떨어지자 패션업계가 간절기 상품 대신 겨울 아우터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21일 방문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뉴발란스 매장의 모습. /최수진 기자 |
트렌치코트 대신 패딩·모피 판매량 늘어
[더팩트│최수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기에 빠져 있던 패션업계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때 이른 한파 영향으로 단가가 높은 아우터 등 겨울 의류 판매가 급증하면서 소비 심리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때 이른 한파에 '아우터' 판매 급증…'트렌치코트'보다는 '패딩·모피'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때 이른 가을 한파에 겨울 시즌 제품 판매가 평년 대비 증가하고 있다. 실제 최근 서울에는 10월 중 '한파특보'가 발령됐는데, 이는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롯데백화점이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진 지난 주말 이후(10월 15일~10월 19일) 아웃도어 25%, 여성패션 15%, 남성패션 16% 등 패션 상품군이 전년 대비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10월 초까지 늦더위가 지속되며 가을·겨울 신상품 판매가 다소 부진했으나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지난 10일부터는 플리스, 패딩, 모피 등의 아우터 수요가 높아졌다. 특히 여성 모피의 경우 23.0%라는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으며 노비스 등 프리미엄 패딩 팝업 매장의 매출 역시 계획 대비 40% 이상 달성 중이다.
롯데백화점이 10월 15~19일 기간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아웃도어 25%, 여성패션 15%, 남성패션 16% 등 패션 상품군이 전년 대비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제공 |
패션 브랜드별 매출 그래프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보브'의 아우터 매출(10월 1~15일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이랜드에 따르면 스파오의 특정 패딩은 지난 주말(16~17일) 이틀간 7000장 이상 판매되며 전주 대비 300% 성장했다. 같은 기간 후아유에서도 겨울 라인업인 플리스 제품의 판매가 900% 급증했다.
삼성물산의 빈폴레이디스에서도 최근 니트류 판매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10월 1일부터 17일 판매 수치를 집계한 결과, 니트 품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신장했다. 빈폴레이디스 관계자는 "최근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니트 상품의 판매가 크게 올라왔으며, 추워진 날씨에 대응하기 위해 코트, 패딩 등 아우터 출시를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 업계 "겨울은 1년 농사…아우터 판매 늘리기 위해 총력"
겨울 상품 판매 시즌은 패션업계가 가장 공을 들이는 시기로 꼽힌다. 겨울 상품은 여름 상품보다 가격대가 높아 같은 물량을 판매해도 순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올해는 '겨울 성수기'가 예년 대비 1~2주 앞당겨졌다. 통상 10월에는 트렌치 코트와 자켓 등 가을 상품이 매출을 주도하지만 올해는 가을 상품을 건너뛰고 패딩, 코트 등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도 간절기 제품보다는 겨울 아우터를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실제 LF는 자사 대표 브랜드 닥스 남성에서 점퍼와 코트 등 겨울 외투의 물량을 전년 대비 약 50% 늘렸으며, 다운 베스트, 다운 점퍼, 가죽 점퍼, 코트 등 아우터의 스타일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LF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 같아 겨울철 아우터 판매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LF뿐 아니라 이랜드, 휠라코리아, 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물산, 코오롱FnC 등 대다수의 패션업체도 아우터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예년보다 빠른 추위와 위드코로나를 준비하는 사회 분위기가 겹치면서 외출 준비를 시작하는 고객들의 아우터 구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며 "패션업계 1년 장사는 겨울에 성패가 판가름 나는데 단가가 높은 아우터 매출이 벌써부터 올라오고 있어 거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점퍼와 코트 등 겨울 외투의 물량을 전년 대비 늘리며 한파 특수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은 21일 방문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모습. /최수진 기자 |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겨울 제품 준비는 1년 농사"라며 "제일 중요한 시기가 겨울 아우터를 판매하는 10월부터 12월까지다. 제일 많은 준비를 하고, 가장 신경 쓰는 시즌이기 때문에 한파가 찾아오고, 겨울이 앞당겨지면 업계 입장에서는 아우터 판매를 진행할 수 있는 1~2주의 시간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되기에 지난해와 달리 간절기 제품보다는 아우터에 집중하는 등으로 전략을 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10월 가을 한파가 발생하면서 업계에서도 예년과 다른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보통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아우터 판매가 늘어나는데 올해는 10월 초에 아우터 특수가 시작됐다. 그렇게 되면 제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좋다. 겨울 상품을 팔 수 있는 기간은 1월 초까지로 약 두 달밖에 안 되는데, 한파로 판매가 앞당겨지면 소비자들의 반응을 빨리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재입고를 결정하거나 매출이 늘어나는 상품군을 바로 캐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오롱FnC 관계자 역시 "겨울 시즌은 패션업계의 성수기"라며 "가장 중요한 계절인 만큼 날씨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보통 10월부터 아우터류의 판매가 늘어나고 겨울 상품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하는데 그럼에도 올해는 예년과 달리 체감상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고, 겨울 상품 판매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통상 10월 셋째 주부터 판매가 늘었다면 올해는 그보다 1~2주 정도 빠르다. 그 변화가 업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