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7년 8월 인수한 라이프 스타일 숍 모던하우스의 엑시트(Exit‧자금회수)에 시동을 걸었다. /더팩트 DB |
3400억 원 규모…국내 증권사와 조건 협의 중
[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라이프 스타일 숍 모던하우스의 엑시트(Exit‧자금회수)에 나섰다. MBK파트너스는 모던하우스 인수 당시 홈플러스와의 시너지를 꾀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홈퍼니싱(Home Furnishing‧집 꾸미기)이라는 시대 흐름에 기대 리캡(Recapitalization‧자본재조정) 카드를 꺼내게 됐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회사(SPC) 모던리테일홀딩스를 통해 약 3400억 원 규모 모던하우스 리캡을 추진 중이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 3곳과 조건 등을 협의하고 있다. 리캡은 투자자가 회사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대신 대출 규모를 늘려 투자금을 먼저 회수한 뒤 향후 기업을 매각해 해당 대출을 갚는 구조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규모나 조건 등은 협의 중인 사안이라 따로 확인드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사 관계들 역시 "내부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안의 세부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라고 답변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7년 8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약 6400억 원에 홈리빙사업부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는 MBK파트너스 4호펀드 자금과 인수금융이 활용됐다. MBK파트너스는 모던하우스를 인수할 당시 홈플러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단기간 내 매출을 2배 이상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전국 홈플러스 매장은 142개에 달했다.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가 2015년 9월 테스코로부터 인수한 포트폴리오다. 당시 인수 가격은 7조2000억 원으로,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로 이목을 끌었다. 오프라인 대형 할인매장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받았던 때로 기대감도 상당했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모던하우스와 홈플러스의 시너지를 계획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모던하우스, 홈플러스 제공 |
하지만 쿠팡을 필두로 하는 이커머스 기업의 부상으로 홈플러스는 이내 실적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3대 대형마트 중에서도 홈플러스의 존재감은 크게 약화한 상황이다.
당연지사 모던하우스와의 시너지 또한 기대하기 어려웠다. 모던하우스의 매출액은 2018년 3354억 원에서 2019년 3597억 원 증가했으나, 2020년 3474억 원으로 다시 후퇴했다.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2018년 319억 원 △2019년 314억 원 △2020년 419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모던하우스에 '신의 한 수'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안 꾸미기 열풍이 일었고, 이에 따라 홈퍼니싱 시장도 성장을 이어가게 된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13조 원 대였던 홈퍼니싱 시장은 2023년에는 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MBK파트너스는 트렌드에 편승, 모던하우스 오프라인 매장확대와 온라인 판매처 확대 등으로 엑시트를 위한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추이다. 모던하우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794억 원, EBITDA는 251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모던하우스의 올해 전체 매출과 EBITDA 기대치는 각각 4000억 원, 500억 원을 넘어선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앞서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즐겨 이용하는 리캡이 모던하우스 과정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봤지만, 코로나19라는 악재가 MBK파트너스에는 호재가 된 상황"이라며 "최근 점포 줄매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와의 시너지는 애당초 포기하고 독자노선으로 전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 13일 최초로 공개된 MBK파트너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회계연도(2020년 7월~2021년 6월) 기준 MBK파트너스의 자산은 558억 원 규모다. 자본은 371억 원, 영업수익(매출)은 396억 원, 영업이익은 78억 원이다.
MBK파트너스가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으로 인식한 관계기업(펀드) 14곳의 재무정보 합계를 보면 전년 3조7198억 원이던 자산이 6조9055억 원으로 불어났다. 영업수익도 5989억 원에서 3조9530억 원으로 증가했다. 3조238억 원 적자이던 손익도 3조6783억 원 흑자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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