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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임박' 이호진 전 태광 회장, '잃어버린 10년' 되찾을까
입력: 2021.10.05 00:00 / 수정: 2021.10.05 00:00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9년 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더팩트 DB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9년 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더팩트 DB

태광산업 올해 728억 대규모 투자 단행, 오너 출소 후 투자 가속화 기대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태광그룹은 총수 이호진 전 회장이 10년 넘게 자리를 비우면서 그룹은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호진 전 회장이 출소를 앞두면서 태광그룹의 신사업과 투자 등의 경영 기조가 달라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강매 혐의로 고발한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수용했다. 검찰은 이호진 전 회장이 김치와 와인 강매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고발 당사자인 공정위가 항고 포기하면서 이호진 전 회장의 불기소가 확정됐다.

이호진 전 회장은 이달 만기 출소를 앞둔 가운데 사법 리스크 부담까지 줄어들게 됐다. 이 전 회장의 출소로 인해 태광그룹의 경영과 투자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다만 이 전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5억 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사건 관련 기업에 취업이 제한된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4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다만 재판부는 그의 건강 상태를 이유로 병보석을 허가했다. 이후 2018년 병보석 중에 거주지와 병원을 이탈해 음주와 흡연하는 모습이 공개돼 '황제보석'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그해 12월 서울 남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그는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으며 이달 출소를 앞두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의 부재와 오너리스크로 인해 10년 동안 이렇다 할 신사업과 투자를 단행하지 못했다. 이 전 회장이 그룹을 이끌기 시작한 2000년대에는 사업 다각화로 기업의 규모를 키웠다. 섬유와 화학 중심의 사업에서 미디어와 금융 등으로 다양해졌다. 특히 2006년 흥국화재를 인수해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키우기도 했다.

이후 이호진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시작되면서 과거의 과감한 투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은 투자에 손을 놓으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너리스크가 시작된 2011년 태광산업의 매출은 4조 원을 넘었으며 영업이익은 4400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태광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510억 원, 707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2013년 태광산업은 2020년까지 매출 8조 원, 영업이익 8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잡기도 했지만 역성장의 늪에 빠져있는 실정이다.

태광산업은 지난 6월 LG화학과 손잡고 아크릴로니트린(AN) 증설을 위한 대규모 합작투자를 결정했다. 사진은 태광산업 서울 장충동 본사. /더팩트 DB
태광산업은 지난 6월 LG화학과 손잡고 아크릴로니트린(AN) 증설을 위한 대규모 합작투자를 결정했다. 사진은 태광산업 서울 장충동 본사. /더팩트 DB

태광산업의 정체는 본사 사옥에서도 보여진다. 태광산업는 1980년 동북고등학교 건물과 부지를 사들여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매입 당시 새 건물을 지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30년 넘게 낙후된 고등학교 건물을 그대로 사용 중이다. 국내 섬유업계 대표 기업인 데다가 한때 4조 원대 매출을 기록했던 회사로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태광산업은 내실경영의 표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오너 부재의 영향으로 보기도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오너의 부재는 신사업 투자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호진 전 회장의 출소를 앞두고 최근 태광그룹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태광산업은 지난 6월 LG화학과 손잡고 아크릴로니트린(AN) 증설을 위한 대규모 합작투자를 결정했다. 아크릴로니트린은 플라스틱, 접착제 및 합성 고무 제조에 널리 사용되는 화합물이다.

태광산업은 합작회사에 728억 원을 투입해 전체 주식 370만주의 60%에 해당하는 222만주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오는 2024년부터 울산 석유화학 공장에서 연 26만 톤 규모의 아크릴로니트릴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 최근에는 정부가 주도하는 수소 사업에도 참여한다. 태광산업은 한국수력원자력, 현대자동차, LS일렉트릭, SK가스, 두산퓨얼셀 등과 손잡고 부생수소를 활용한 부하대응 연료전지 시범사업에서 원료인 부생수소를 공급한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및 제철 등의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중 수소가 많이 포함된 혼합가스를 압력순환흡착공정(PSA) 등으로 정제해 순도를 높여 생산한다. 정찬식 태광산업 대표는 향후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이호진 전 회장이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경영 참여는 없을 것"이라며 "건강이 좋지 않아 출소 후 건강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참여 시점은 알 수 없다. 다만 오너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그룹의 중장기적 사업 전략과 투자 계획, 신사업 발굴 등의 중대한 의사결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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